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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정호승 시인64

또 기다리는 편지-정호승 또 기다리는 편지 -정호승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2010. 1. 11.
서울의 예수 / 정호승 서울의 예수 / 정호승 1 예수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강에 앉아 있다. 강변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예수가 젖은 옷을 말리고 있다. 들풀들이 날마다 인간의 칼에 찔려 쓰러지고 풀의 꽃과 같은 인간의 꽃 한 송이 피었다 지는데, 인간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보기 위하여, 예수가 겨울비에 젖으며 서대문 구.. 2010. 1. 1.
참회 - 시:정호승 참회 / 정호승 나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나무 한그루 심은 적 없으니 죽어 새가 되어도 나뭇가지에 앉아 쉴 수 없으리 나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나무에 물 한번 준 적 없으니 죽어 흙이 되어도 나무 뿌리에 가닿아 잠들지 못하리 나 어쩌면 나무 한그루 심지 않고 늙은 죄가 너무 커 죽어도 죽.. 2010. 1. 1.
첫 눈 오는 날 만나자 - 시: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같은 흰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는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앞에 쭈.. 2009. 12. 8.
술 한 잔 - 시:정호승 술 한 잔 - 정호승 -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 털 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단 한번도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그런날에도 돌연 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 2009. 12. 8.
겨울강에서 - 시:정호승 겨울강에서 - 정호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 2009. 12. 8.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시: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 2009. 12. 8.
바닥에 대하여 / - 시:정호승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바닥’과 싸우며 살아간다. 각기 처한 세계와 삶의 바닥이 다 다르므로, 누구도 다른 사람의 바닥에 관해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바닥에서 어떻게 일어설 것인가에 대해서는 오래 이야기할 수 있다.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 ‘바닥을.. 2009. 12. 8.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시:정호승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시:정호승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갈대 숲 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끔씩 하.. 2009.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