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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정호승 시인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시: 정호승

by kimeunjoo 2009. 12. 8.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중에서 -


      시인 정호승 

      1950년 경남 하동 출생.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등의 9권의 시집과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등의 산문집이 있음.
      제3회 소월시문학상, 제10회 동서문학상, 제12회 정지용문학상, 제11회 편운문학상,
      제9회 카톨릭문학상, 제23회 상화시인상, 제4회 지리산문학상 등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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