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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옛날 노래를 듣다 / 이성목

by kimeunjoo 2011. 5. 19.

 

 

 

 

옛날 노래를 듣다 / 이성목

 

 

낡은 전축 위에 검은 판을 올려놓는다

전축은 판을 긁어 대며 지나간 시대를 열창하지만

여전히 노래는 슬프고, 잡음은 노래가 끝나도록 거칠다

소란스럽던 시절의 노래라서 그런 것일까

마음과 마음 사이에 먼지가 끼어서 그런 것일까

몇 소절은 그냥 건너뛰기도 한다 훌쩍 뛰어 넘어

두만강 푸른 물이 삼각지 로터리에 궂은 비로 내리고

눈보라치는 흥남부두로 소양강 처녀가 노 저어 가기도 하면서

경계와 경계를, 음절과 음절을, 이념과 이념을

덜컹 뛰어넘는 저 몇 개의 세선들

한때 우리가 그렇게 노래를 불렀던 것처럼

노래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낡은 전축이 요동을 친다

긁히고 패인 한 시대를 털커덕 털커덕 넘어서며

판을 뒤집자고

이젠 뒤집어 노래하자고

 

 

 

적소에서 / 이성목

 

꽃 지는 소리 시끄러워 문을 닫아 둡니다,

솜이불 귀를 떼어 바람의 귀를 막습니다.

아침에는 탱자나무 울타리에 굴뚝새 날아들어

까칠해진 공중에 손바닥 도장 찍어 둡니다.

깃털이 폴폴 날고, 그 이른 시각에

부엌에서 무얼 하다 나오는지 부지깽이

벌겋게 단 얼굴을 물웅덩이에 댑니다.

빨랫줄에 걸어 둔 젖은 길

마르지도 못한 채 염문은 시들합니다.

저녁에는 방안에 헛기침 가득 들어차서

모로 누울 자리조차 없습니다.

 

세상이 말리는 사랑을 내가 하였으니

 

종일 발자국 중얼거리는 댓돌 아래

개가 물어다 놓은 뼈마디

욱신욱신 아픈 것을 모르겠습니까.

 

마음 드나드는 소리 아뜩하여

몸의 문을 닫아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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