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하세요? / 문정희
누구나 다니는 길을 다니고
부자들 보다 더 많이 돈을 생각하고 있어요
살아 있는데 살아있지 않아요
헌옷을 입고
몸만 끌고 다닙니다
화를 내며 생을 소모하고 있답니다
몇 가지 물건을 갖추기 위해
실은 많은 것을 빼앗기고 있어요
충혈된 눈알로
터무니없이 좌우를 살피며
가도가도 아는 길을 가고 있어요
거짓말 / 문정희
가령 강남 어디쯤의 한 술집에서
옛사랑을 다시 만나
사뭇 떨리는 음성으로
"그동안 너를 잊은 적이 없다."고 고백한다면
그것은 참말일까
그 말이 곧 거짓임을 둘 다 알아차리지만
그 또한 사실은 아니어서
안개 속에 술잔을 부딪칠 때
살아온 날들은 거짓말처럼
참말처럼 사라지고
가령 떠내려가 버린 그 많은 말들의 파도를
그 덧없음을
그것을 알아차렸을 때
그때 우리는 누구일까
시인일까
부부 / 문정희
부부란 여름날 멀찍이 누워 잠을 청하다가도
어둠 속에서 앵 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나머지를 어디다 바를까 주저하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달에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함께 떠올리는 사이이다
결혼은 사랑을 무화시키는 긴 과정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어떤 이름으로도 잴 수 없는
백 년이 지나도 남는 암각화처럼
그것이 풍화하는 긴 과정과
그 곁에 가뭇없이 피고 지는 풀꽃 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다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내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손을 한번 쓸쓸히 쥐었다 펴 보는 사이이다
서로를 묶는 것이 거미줄인지
쇠사슬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부부란 서로 묶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오도 가도 못한 채
죄 없는 어린 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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