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이 오면 / 노천명
사월이 오면 사월이 오면은
향기로운 라일락이 우거지리
회색빛 우울을 걷어 버리고
가지 않으려나 나의 사람아
저 라일락 아래로 라일락 아래로
푸른 물 다담뿍 안고 사월이 오면
가냘픈 맥박에도 피가 더하리니
나의 사랑아 눈물을 걷자
청춘의 노래를, 사월의 정열을
드높이 기운차게 불러 보지 않으려나
앙상한 얼굴의 구름을 벗기고
사월의 태양을 맞기 위해
다시 거문고의 줄을 골라
내 노래에 맞추지 않으려나 나의 사람아!
임오시던 날 / 노천명
임이 오시던 날
보선발로 달려가 맞았으련만
굳이 문 닫고 죽죽 울었습니다.
기다리다 지쳤음이오리까
늦으셨다 노여움이오리까
그도 저도 아니오이다
그저 자꾸만 눈물이 나
문 닫고 죽죽 울었습니다.
고독 / 노천명
변변치 못한 화를 받던 날
어린애처럼 울고 나서
고독을 사랑하는 버릇을 지었습니다.
번잡이 이처럼 싱그러울 때
고독은 단 하나의 친구라 할까요.
그는 고요한 사색의 호숫가로
나를 달래 데리고 가
내 이지러진 얼굴을 비추어 줍니다.
고독은 오히려 사랑스러운 것
함부로 친할 수도 없는 것
아무나 가까이 하기도 어려운 것인가봐요.
여심(女心) / 노천명
새벽 하늘에 긴 강물처럼 종소리 흐르면
으례 기도로 스스로를 잊는
그런 女性으로 살게 해 주십시요.
한번의 눈짓, 한번의 손짓, 한번의 몸짓에도
후회와 부끄러움이 없는 하루를 살며
하루를 반성할 줄 아는
그런 女性으로 살게 해주십시요.
즐거울땐 꽃처럼 활짝 웃음으로 보낼 줄 알며
슬플땐 가장 슬픈 표정으로 울 수있는
그런 女性으로 살게 해주십시요.
주어진 길에 순종할 줄 알며
경건한 자세로 기도 드릴 줄 아는
그런 女性으로 살게 해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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