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문학의 향기/♣ 영상시

허수아비 / 조오현

by kimeunjoo 2011. 4. 13.

 

 

 

 

 

허수아비 / 조오현

 

새 떼가 와도 손 흔들고 팔 벌려 웃고

사람이 와도 손 흔들고 팔 벌려 웃고

남의 논 일을 하면서 웃고 있는 허수아비.

 

풍년이 들거나 흉년이 들거나

― 논두렁 밟고 서면 ―

남의 것이거나 내 것이거나

― 가을 들 바라보면 ―

가진 것 하나 없어도 나도 웃는 허수아비.

 

사람들은 날더러 허수아비라 하지만

손 흔들어주고 숨 돌리고 두 팔 쫙 벌리면

모든 것 하늘까지도 한 발 안에 다 들어오는 것을.

 

 

 

할미꽃 / 조오현

 

이른 봄 양지밭에

나물캐던 울 어머니

곱다시 다듬어도

검은 머리 희시더니

이제는 한줌의 귀토(歸土)

서러움도 잠드시고

 

이 봄 다 가도록

기다림에 지친 삶을

삼삼히 눈감으면

떠오르는 임의 樣子

그 모정 잊었던 날의

아, 허리 굽은 꽃이여.

 

하늘 아래 손을 모아

씨앗처럼 받은 가난

긴긴 날 배고픈들

그게 무슨 죄입니까.

적막산 돌아온 봄을

고개 숙인 할미꽃

 

 

 

아지랑이 / 조오현

 

나아갈 길이 없다 물러설 길도 없다

둘러봐야 사방은 허공 끝없는 낭떠러지

우습다

내 평생 헤매어 찾아온 곳이 절벽이라니.

 

끝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 할 이 절벽에

마냥 어지러이 떠다니는 아지랑이들

우습다

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란 말이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