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 백무산
내 손길이 닿기 전에
꽃대가 흔들리고 잎을 피운다
그것이 원통하다
내 입김도 없이
사방으로 이슬을 부르고 향기를 피워내는구나
그것이 분하다
아무래도 억울하는 것은
네 남은 꽃송이 다 피워내도록
들려줄 노래 하나 내게 없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내 가슴을 치는 것은
너와 나란히 꽃 피우는 것은 고사하고
내 손길마다 네가 시든다는 것이다
나는 위험한 물건이다
돌이나 치워주고
햇살이나 틔워주마
사랑하는 이여.
꽃은 단 한번만 핀다 / 백무산
물이 빗질처럼 풀리고
바람이 그를 시늉하며 가지런해지고
봄이 그 물결을 따라
흔들리며 환한 꽃들을 피우네
새 가지에 새 눈에
눈부시게 피었네
꽃은 피었다 지고
지고 또 피는 것이 아니라
같은 눈 같은 가지에
다시 피는 꽃은 없다
언제나 새 가지 새 눈에 꼭
한번만 핀다네
지난 겨울을 피워올리는 것이 아니라
지상에 있어온 모든 계절을
생애를 다해 피워올린다네
언제나 지금 당장 모든 것을
꽃은 단 한번만 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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