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 이성선
더러운 내 발을 당신은
꽃잎 받듯 받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흙자국을 남기지만
당신 가슴에는 꽃이 피어납니다
나는 당신을 눈물과 번뇌로 지나가고
당신은 나를 사랑으로 건넙니다
당신을 만난 후 나는 어려지는데
나를 만난 당신은 자꾸 늙어만 갑니다
물 속 빈 산 꽃피는 소리 / 이성선
달 하나 등에 지고 산도 하나 지고
둥그런 어둠 속을
밤 열어 길 열어 가는 사내.
길바닥 드문드문 괸 빗물에 내려비친
하늘을 지켜보다
하늘 안으로 사라져 들어간 물 속 빈 산
꽃피는 소리 만나러 가는 사내.
산에 닿아
짐 벗어놓고
돌아오지 않은 사내.
구름 / 이성선
구름은 허공이 집이지만 허공엔 그의 집이 없고
나무는 구름이 밟아도 아파하지 않는다
바람에 쓸리지만 구름은 바람을 사랑하고
하늘에 살면서도 마을 샛강에 얼굴 묻고 웃는다
구름은 그의 말을 종이 위에 쓰지 않는다
꺽어 흔들리는 갈대 잎새에 볼 대어 눈물짓고
낙엽 진 가지 뒤에 기도하듯 산책하지만
그의 유일한 말은 침묵 몸짓은 비어 있음
비어서 그는 그리운 사람에게 간다
신성한 강에 쓰고 나비 등에 쓰고
아침 들꽃의 이마에 말을 새긴다
구름이 밟을수록 땅은 깨끗하다
구름과 바람의 길 / 이성선
실수는 삶을 쓸쓸하게 한다.
실패는 생(生) 전부를 외롭게 한다.
구름은 늘 실수하고
바람은 언제나 실패한다.
나는 구름과 바람의 길을 걷는다.
물 속을 들여다보면
구름은 항상 쓸쓸히 아름답고
바람은 온 밤을 갈대와 울며 지샌다.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길
구름과 바람의 길이 나의 길이다
'♧ 문학의 향기 > ♣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꽃 / 백무산 (0) | 2011.04.13 |
|---|---|
| 사랑의 노래 / 라이너 마리아 릴케 (0) | 2011.04.13 |
| 쓸쓸한 봄날 / 박정만 (0) | 2011.04.13 |
| 봄의 약속 / 마종기 (0) | 2011.04.13 |
| 허무와의 연애 / 강해림 (0) | 2011.04.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