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랑하는 자는 / 나태주
제가 사랑하는 자는
지극히 아름다우며 귀한 자이오니
그가 가는 길에
저로 하여 덫이 되지 않게 하옵소서.
제가 사랑하는 자가 가는 길은
지극히 빛나며 밝고 아름다운 길이오니
저로 하여 그가 주저하지 말게 하옵소서
제가 지극히 사랑하는 자가
빛나고 밝은 길, 아름다운 길을 가는 것을
저는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 축복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기만 바랄 따름이오니
용납하옵소서.
용납하옵소서.
알면서도 모른 척 / 나태주
알면서도 모른 척, 보고서도 못본 척,
토끼를 노리는 여우의 저 눈. 살쾡이의 저 눈빛.
꼭꼭 숨어라 토끼 꼬리는 너무나 작고
꼭꼭 숨어라 토끼 귀는 너무나 커서
말하고 보면 / 나태주
말하고 보면 벌써 변하고 마는 사람의 마음
말하지 않아도 네가 내 마음 알아 줄 때까지
내 마음이 저 나무 저 흰구름에 스밀 때까지
나는 아무래도 이렇게 서 있을 수밖엔 없다
말을 아껴야지 / 나태주
말을 아껴야지, 눈물을 아껴야지,
참고 참으면 사람의 말에서도 향내가 나고
아끼고 아끼면 사람의 눈물도 포도알이 될 것이다.
혼자 속삭이는 말, 돌아서서 지우는 눈물
볼 일 다 마쳤느냐고 / 나태주
볼 일 다 마쳤느냐고 서울 사람이 묻는 걸
보리 타작 다 했느냐고 묻는 줄 잘못 알고
그런 건 이미 오래 전에 해치웠노라 대답했다.
나는 귀까지 촌놈인가, 혼자 웃고 말았다.
어쩌다 이렇게 / 나태주
있는 듯 없는 듯
있다 가고 싶었는데
아는 듯 모르는 듯
잊혀지고 싶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대 가슴에 못을 치고
나의 가슴에 흉터를 남기고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나의 고집과 옹졸
나의 고뇌와 슬픔
나의 고독과 독선
그것은 과연 정당한 것이었던가
그것은 과연 좋은 것이던가
사는 듯 마는 듯 살다 가고 싶었는데
웃는 듯 마는 듯 웃다 가고 싶었는데
그대 가슴에 자국을 남기고
나의 가슴에 후회를 남기고
모난 돌처럼 모난 돌처럼
혼자서 쓸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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