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문학의 향기/♣ 영상시

작은 별에 고독의 잔을 마신다 - 오규원

by kimeunjoo 2012. 8. 19.

 

 

 

작은 별에 고독의 잔을 마신다 /  오규원

 

 

별을 낳는 것은 밤만이 아니다

우리의 가슴에도 별이 뜬다

그러므로 우리의 가슴도 밤이다

그러나 우리의 가슴에 별이 뜨지 않는 날도 있다

별이 뜨지 않는 어두운 밤이 있듯

 

우리가 우리의 가슴에 별을 띄우려면

조그마한 것이라도 꿈꾸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다른 것을 조용히

그리고 되도록 까맣게 지워야 한다

그래야 별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러므로 별이 뜨는 가슴이란

떠오르는 별을 위하여 다른 것들을 잘 지워버린 세계이다

 

떠오르는 별을 별이라 부르면서

잘 반짝이게 닦는 마음 - 이게 사랑이다

그러므로 사랑이 많은 마음일수록 별을 닦고 또 닦아

그닦는 일과 검정으로 까맣게 된 가슴이다

그러므로 그 가슴 앞에서는

조금이라도 광채를 가진 사람이면 별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그러므로 사랑은 남을 반짝이게 하는 가슴이다

 

사랑으로 가득찬 곳에서는 언제나 별들이 떠있다

낮에는 태양이 떠오르고 밤에는 별들이 가득하다

그러므로 그곳에서는 누구나 반짝임을 꿈꾸고

또 꿈을 사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랑으로 가득찬 가슴에 투망을 하면 언제나

별들이 그물 가득 걸린다

 

 

 

4월과 아침 / 오규원

 

나무에서 생년월일이 같은 잎들이

와르르 태어나

잠시 서로 어리둥절해 하네

 

4월하고도 맑은 햇빛 쏟아지는 아침

 

 

 

 

봄 / 오규원

 

저기 저 담벽, 저기 저 라일락, 저기 저 별, 그리고 저기 저 우리집 개의 똥 하나,

그래 모두 이리 와 내 언어 속에 시라. 담벽은 내 언어의 담벽이 되고, 라일락은 내 언어의 꽃이 되고,

별은 반짝이고, 개똥은 내 언어의 뜰 에서 굴러라. 내가 내 언어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너희들도 자유롭게

서고, 앉고, 반짝이고, 굴러라. 그래 봄이다.

 

봄은 자유다. 자 봐라. 꽃피고 싶은 놈 꽃피고, 잎 달고 싶은 놈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랑이고 싶은 놈은 아지랑이가 되었다. 봄이 자유가 아니라면 꽃피는 지옥이라고 하자. 그래 봄은

지옥이다. 이름 이 지옥이라고 해서 필 꽃이 안 피고, 반짝일 게 안 반짝이던가. 내 말이 옳으면

자,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

 

 

 

살아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 오규원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흔들리고 있음을

 

 

 

 

 

 

 

오규원 시인

 

*1941년 12월 29일~ 2007년 2월 2일

*출신지-경상남도 밀양

*학력 - 동아대학교

*데뷔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경력 -1982년~2002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

*수상 - 2003년 제35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문학부문

1982년 현대문학상 수상 외

 

 

'♧ 문학의 향기 > ♣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가 사랑하는 자는 - 나태주   (0) 2012.08.19
만남과 이별 - 조병화   (0) 2012.08.19
사랑 신고 - 문정희  (0) 2012.08.07
너 - 장석주  (0) 2012.08.07
단 한번의 사랑 - 최갑수  (0) 2012.08.0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