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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서서히 말들이 없어진다 - 최승자

by kimeunjoo 2012. 8. 7.

 

 

서서히 말들이 없어진다 / 최승자

 

 

세상이 펼쳐져 있는 한

삶은 늘 우울하다

 

인생은 병이라는 말도 이젠 그쳤고

인간은 언어라는 말도 이젠 그쳤고

 

서서히 말들이 없어진다

 

저 혼자 깊어만 가는 이상한 江人類

 

어느 누가 못 잊을 꿈을

무심코 중얼거리는가

푸른 하늘

흰 구름 한 점

 

(사람이 사람을 초월하면 자연이 된다)

 

- 천년의시작 . 2011 -

 

 

 

여자와 사내들 / 최승자

 

사랑은 언제나

벼락처럼 왔다가

정전처럼 끊겨지고

갑작스런 배고픔으로

찾아오는 이별.

 

사내의 눈물 한 방울

망막의 막막대해로 삼켜지고

돌아서면 그뿐

사내들은 물결처럼 흘러가지만,

 

허연 외로움의 뇌수 흘리며

잊으려고 잊으려고 여자들은

바람을 향해 돌아서지만,

 

땅거미질 무렵

길고긴 울음 끝에

공복의 술 몇 잔,

불현듯 낄낄거리며 떠오르는 사랑,

그리움의 아수라장.

 

흐르는 별 아래

이 도회의 더러운 지붕 위에서,

여자들과 사내들은

서로의 무덤을 베고 누워

내일이면 후줄근해질 과거를

열심히 빨아 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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