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길 / 목필균
이름의 뼈를 들여다보니
내가 찾아든 곳이
어디였는지 알 것 같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아주 작은 집에서
먹을 수 있고
숨쉴 수 있고
자랄 수 있고
도솔천을 건너
걸어나온 곳이
어디였는지 알 것 같다
춥고 배고프고 잘 곳이 없는
나를 받아 준 곳이 어디였는지
돌고도는 수레바퀴로
살아가는 이승에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내가 가는 길
그 끝까지 따라오는
전생에 지은 꽃같은 눈물
마음을 조율하며 쌓고 쌓는
무딘 기도가 미련하여
발걸음 거칠기만 하다
돌아가는 길 / 목필균
밤 깊은 길음역에 눈발이 흩날린다
10번 출구에 밀려드는 찬바람이
발걸음을 서두르게 하는데
눈에 걸리는 무딘 손놀림
벙어리 아저씨가 붕어빵을 굽는다
울컥 안쓰러움이 솟는다
1000원과 맞바꾼 붕어 네 마리
따뜻한 체온이 손바닥에 전해진다
붕어빵의 동그란 눈이 맑은 것처럼
차마 내 이름을 불러주지 못했던
그 사람 마음도 이리 맑았을까
붕어빵으로 만져보지 못한 그 고백을
가까이 들어본다
멀리 흘러 온 이즈음
붕어가 없는 붕어빵처럼
행여 그 사랑도 빠져나갔을까
걱정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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