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의 사랑 / 최갑수
단 한번이면 된다.
오직
단 한번
유서를 쓰듯
우레가 치듯
나에게 오라
부디 사랑이여
와서 나를 짓밟아라
석남사 단풍 / 최갑수
단풍만 보다 왔습니다
당신은 없고요, 나는
석남사 뒤뜰
바람에 쓸리는 단풍잎만 바라보다
하아, 저것들이 꼭 내 마음만 같아야
어찌할 줄 모르는 내 마음만 같아야
저물 무렵까지 나는
석남사 뒤뜰에 고인 늦가을처럼
아무 말도 못 한 채 얼굴만 붉히다
단풍만 사랑하다
돌아왔을 따름입니다
당신은 없고요
그것들에게 / 최갑수
내게 "안녕" 하였던 그것들에게,
고흐의 딱딱한 정물들에게
밤을 괴롭게 만들던 형형색색의 눈동자들에게
바다를 지나던 씩씩한 열차들에게
몸을 함부로 허락하지 않던 여자들에게
못박혀 건들거리던 추억들에게
결코 뒤집어지지 않던 가랑잎들에게 선 너머 산만 생각하는 불구들에게
새파랗게 철쭉이 지던 날들에게
아직도 꾸벅거리며
아마 기다리고 있을
나를 다 망쳐버린 그것들에게
- 단한번의 사랑 -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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