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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단 한번의 사랑 - 최갑수

by kimeunjoo 2012. 8. 7.

 

 

단 한번의 사랑 / 최갑수

 

단 한번이면 된다.

 

오직

단 한번

 

유서를 쓰듯

우레가 치듯

 

나에게 오라

부디 사랑이여

와서 나를 짓밟아라

 

 

 

석남사 단풍 / 최갑수

 

단풍만 보다 왔습니다

 

당신은 없고요, 나는

석남사 뒤뜰

바람에 쓸리는 단풍잎만 바라보다

하아, 저것들이 꼭 내 마음만 같아야

어찌할 줄 모르는 내 마음만 같아야

저물 무렵까지 나는

석남사 뒤뜰에 고인 늦가을처럼

아무 말도 못 한 채 얼굴만 붉히다

단풍만 사랑하다

돌아왔을 따름입니다

 

당신은 없고요

 

 

 

그것들에게 / 최갑수

 

내게 "안녕" 하였던 그것들에게,

고흐의 딱딱한 정물들에게

밤을 괴롭게 만들던 형형색색의 눈동자들에게

바다를 지나던 씩씩한 열차들에게

몸을 함부로 허락하지 않던 여자들에게

못박혀 건들거리던 추억들에게

결코 뒤집어지지 않던 가랑잎들에게 선 너머 산만 생각하는 불구들에게

새파랗게 철쭉이 지던 날들에게

 

아직도 꾸벅거리며

아마 기다리고 있을

나를 다 망쳐버린 그것들에게

 

 

- 단한번의 사랑 -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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