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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외로울 때 - 이생진

by kimeunjoo 2012. 5. 7.
           

           

           

          Just a little climb

           

           

           

           

          외로울 때 / 이생진


          이 세상 모두 섬인 것을
          천만이 모여 살아도
          외로우면 섬인 것을
          욕심에서
          질투에서
          시기에서
          폭력에서
          멀어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떠있는 섬
          이럴 때 천만이 모여 살아도
          천만이 모두 혼자인 것을
          어찌 물에 뜬 솔밭만이 섬이냐
          나도 외로우면 섬인 것을

           

           

          고독 / 이생진 

          나는 떼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취한 사람 / 이생진

          취한 사람은
          사랑이 보이는 사람

          술에 취하건
          사랑에 취하건
          취한 사람은
          제 세상이 보이는 사람

          입으로는 이 세상
          다 버렸다고 하면서도
          눈으로는 이 세상
          다 움켜쥔 사람

          깨어나지 말아야지
          술에 취한 사람은 술에서
          사랑에 취한 사람은 사랑에서
          깨어나지 말아야지


           

           

           

          고백 / 이생진

          이젠 잊읍시다
          당신은 당신을 잊고
          나는 나를 잊읍시다

          당신은 내게 너무 많아서 탈
          당신은 당신을 적게 하고
          나는 나를 적게 합시다

          당신은 너무 내게로 와서 탈
          내가 너무 당신에게로 가서 탈
          나는 나를 잊고
          당신은 당신을 잊읍시다

           

           

           

          Light VS dark

           

           

           

           

          다시 나만 남았다 / 이생진 


          다시 나만 남았다
          영혼을 쫓아다니느라 땀이 흘렀다
          영혼을 쫓아다니는데 옷이 찢겼다
          자꾸 외로워지는 산길
          염소쯤이야 하고 쫓아갔는데
          염소가 간 길은 없어지고 나만 남았다
          곳곳에 나만 남았다
          허수아비가 된 나도 있었고
          돌무덤이 된 나도 있었고
          나무뿌리로 박힌 나도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불쌍해서 울었다
          내가 많아도 나는 외로웠다

           

           

           

          하늘로 가려던 나무 / 이생진

          나무가 겁없이 자란다.
          겁없이 자라서 하늘로 가겠다 한다.
          하지만 하늘에 가서 무얼 한다
          갑자기 허탈해진다.

          일요일도 없는
          하늘에 가서 무얼 한다
          나무는
          그 지점에서 방황하기 시작한다.

           

           

           

           

           

          혼자 남았을 때 / 이생진


          다 떠나고 혼자 남았을 때
          사람이기보다 흙이었으면
          돌이었으면
          먹고 버린 귤껍대기였으면

          풀되는 것만도 황송해서
          오늘 하룻밤을 지내기 위해
          돌틈에 낀 풀을 잡고 애원하는 꼴이
          풀뿌리만도 못한 힘줄로
          더듬더듬 밧줄을 찾았지만
          고독엔 밧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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