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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사랑의 고무지우개똥 - 고형렬

by kimeunjoo 2012.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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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고무지우개똥 / 고형렬 

             

            사랑도 지워집니다, 사랑을 잠시 쉬고 연필 끝

            고무머리로 삭삭 밀면

            사랑은 몇줄의 지우개똥으로 남습니다

             

            지워지는 사랑은 떨기를 떨어뜨리는 꽃

             

            다음 사랑 위에 다른 사랑을 씁니다

            조용히 다른 사랑은 다른 사랑을 받아들입니다

            사랑 위에 다른 풀, 새 사랑 속에 묻힙니다

            사랑이 어려운 건 사랑이 우리를 바람처럼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사랑은 언제나 용서돼야 합니다

            사람들은 사라져도 사랑은 사라지지 않고 사랑합니다

            거리에 돌아오는 바람처럼, 꽃처럼

             

            나중에 모두 몽당연필이 되는 사랑은 새 향나무

            육각연필로 쓰는 행위입니다

            말랑한 고무머리로 다 지울 수 없는 사랑을

            모두 쓰고 나면 그제사 우리가 눈뜨는 사랑이란

            이 지상에 없습니다 가벼운 사랑이여

             

            우리 몸은 한 자루의 육각연필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중에서

             

             

             

             

            사람꽃 / 고형렬 

            복숭아 꽃빛이 너무 아름답기로서니
            사람꽃 아이만큼은 아름답지 않다네
            모란꽃이 그토록 아름답다고는 해도
            사람꽃 처녀만큼은 아름답지가 못하네
            모두 할아버지들이 되어서 바라보게,
            저 사람꽃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는가
            뭇 나비가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여도
            잉어가 아름답다고 암만 쳐다보아도
            아무런들 사람만큼은 되지 않는다네
            사람만큼은 갖고 싶어지진 않는다네

            <성애꽃 눈부처> 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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