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교 1 / 오규원
- K에게
너를 사랑하기 위하여 나는 너의
집으로 가는 버스에게 당신을 사랑해 하며
아양을 떨고, 너를 사랑하기 위하여
그 버스가 다니는 길과 버스 속의 구린내와
길이 오른쪽으로 굽을 때 너의 허리춤에서
무엇인가를 훔치는 한 사내의 부도덕에게
사랑의 法을 묻는다.
너를 사랑하기 위하여 오늘은 소주를
마시고
취하는 법을 소주에게 묻는다.
어리석은 방법이지만 그러나
취해야만 법에 통한다는 사실과
취하는 법이 기교라는 사실과
기교가 법이라는 사실을 나는
미안하게도 술집여자의 무릎을 베고 누워
취해서 깨닫는다.
내가 사는 법과 내가 사랑하는 법을
낡아빠진 술상에 젓가락으로 두드리며
깨닫는다.
젓가락은 둘이라서
장단이 맞지만, 그렇지만
너를 사랑하는 법은 하나뿐이라 두드려도,
두드려도 장단은 엉망이다.
江건너 마을에는 후정화 노랫가락이
높고
밤에도 너의 집으로 가는 버스는
좌석 밑의 구린내와 지린내를 사랑하고
商女는 망국한을 몰라
노랫소리가 갈수록 유창해진다.
나는 이곳의 기교파로 울면서, 이 울음으로
몇 푼의 동냥이라도 얻어
너의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하여
여기 이렇게 울면서 젓가락을 두드리며.
사랑의 기교 2 / 오규원
-라포로그에게
사랑이 기교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나는
사랑이란 이 멍청한 명사에
기를 썼다. 그리고
이 동어 반복이 이 시대의 후렴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까지도 나는
이 멍청한 후렴에 매달렸다.
나뭇잎 나무에 매달리듯 당나귀
고삐에 매달리듯
매달린 건 나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사랑도 꿈도.
그러나 즐거워하라.
이 동어 반복이 이 시대의 유행가라는
사실은 이 시대의
기교가 하느님임을 말하고, 이 시대의
아들딸이 아직도 인간임을 말한다.
이 시대에 가장 아름다운 기교, 나의 하느님인 기교여.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 문학과지성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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