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훔쳐가는 사람 / 이생진
' oo 시인님
시 한편 훔쳐갑니다
어디다 쓰냐구요?
제 집에 걸어두려고요'
얼마나 귀여운 말인가
시 쓰는 사람도
시 읽는 사람도
원래는 도둑놈이었다
세상에 이런 도둑놈들만 들끓어도
걱정을 않겠는데
시를 훔치는 도둑놈은 없고
엉뚱한 도둑놈들이 들끓어 탈이다
내 시도 많이 훔쳐가라
하지만 돈 받고 팔지는 마라
세상은 돈 때문에 망했지
시 때문에 망하지는 않았다
도둑맞은 시 / 이생진
나는
우연히 café.daum.net를 클릭하다가
내 ‘詩를 훔쳐가는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 나를 보고 머리 숙이는데
나는 훔쳐가는 그 시를
다시 훔쳐 읽었다
시는 서로 훔치는 것
나는 그 시를 어디서 훔쳤더라
(2011.1.13)
生과 손 / 이생진
오늘 아침 일어나 제일 먼저 한 일은
오른손이 왼손을
왼손이 오른손을 잡은 일
왼손과 오른손은
내 몸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내가 80을 넘게 살며 흘린 눈물도
이 두 손이 닦아줬다
(20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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