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분의 죄 / 서정윤
슬프지 않아야 하리라
꽃이 지려 꽃잎이 떨어지고
울먹이는 하늘로 맨손을 흔들면
우리들의 가슴엔
어느새
얼룩진 인생이 걸려 있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그렇다고
슬플 필요도 없다
삶은
그렇게 그렇게 끝이 나고
우리들의 그림자도
아득한 풍경으로 그려지는데
이제, 어둠은 사라지면
어둠은 빛에 살아남아
우리에게 그림자를 찾아준다
아침 노을이 저녁 노을이다
꽃은 언젠가 져야 하지만
노을이 흩어지는 하늘쯤에서
다정한 사람을 떠나 보내 쓸쓸함과
슬픈 소원을 가지는 우리는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그 어느 누구를 위해
조용히 기도를 하자
가장 슬픈 건
슬퍼할 수조차 없는 마음이다
열린 하늘의 밤은
이제 열리는
아침 하늘에 의해 닫혀지고
여분의 죄값으로
언젠가
우리에게 밤을다오
생존을 위해 그림자를 가지고
생존을 위해 시간은 흘러가고
생존을 위해 인간이 되자
인생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대를 사랑하는 / 서정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빛나는 눈만이 아니었습니다.
내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따스한 가슴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지와 잎, 뿌리까지 모여서
살아 있는 ´나무´라는 말이 생깁니다.
그대 뒤에 서 있는 우울한 그림자,
쓸쓸한 고통까지 모두 보았기에
나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대는 나에게 전부로 와 닿았습니다.
나는 그대의 아름다움만을 사랑하진 않습니다.
그대가 완벽하게 베풀기만 했다면
나는 그대를 좋은 친구로 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대가 나에게
즐겨 할 수 있는 부분을 남겨 두었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무엇이 될 수 있겠기에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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