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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꽃그늘 / 김지하

by kimeunjoo 2011. 4. 13.

 

 

 

 

꽃그늘 / 김지하

 

이제야 그늘 속에

 

핀다

 

꽃과 그늘 사이

언젯적부터인가

그 긴장은

 

이제야

짧은 행간에

웬 무늬 무늬 드러나

흰 무늬들

속의 속

흐드러 진다

 

내 삶의

 

여기

청도 각북골에 와

엎드린 한 새벽에 흘러

흘러 넘치며 아롱거리는

샘물 속

 

그늘.

 

 

 

사랑 / 김지하

 

꽃 피어도

나비

오지 않는다

 

봄의 적막이

속에 든다

 

춥고

외로와

사랑하고저 하나

내밀어 볼

없다

 

온 마음

맨몸이 죽도록

거리를 걷는다

피투성이로 걷는다

사랑하고저.

 

 

 

사랑1 / 김지하

 

내가 이렇게 기대 있는 것은

누굴 사랑해서가 아닙니다

내가 이렇게 기대 있는 것은

한밤중 열두 시가 지난 시간

당신도 자고 아이들도 잠든 시간

담 건너 고양이 울음도 죽은 시간

이 시간에 깨어 있는 것이

사는 것보다 더 괴로운 시간

깨어 있다는 것

죽기보다 더 버리고 싶은 일

알겠어요 이 시간

내가 기대고 있는 까닭

내가 기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

누구라도 좋지요

돌멩이라도 좋고

쓰레기라도 좋고

잿더미라도 좋지요

사랑하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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