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새와 저녁 식탁 / 김성춘
아침 전깃줄이 부산하다.
받아쓰기 빵점. 수학 30점.
어미새가 새끼새 주위 돌며 안절부절.
짹짹, 짹… 막내새가 식식댄다.
받아쓰기는 또 봐! 잘 할거야.
30점은 빵점보다 잘한거잖아.
기막힌 어미새의 표정 바라보던 아빠새.
쪼깬 니가 공불 하모 얼매나 하것노…
괜찮타 괜찮타 짹짹
저녁에 우리 중국집 가서 짜장면 먹자,
책방 가서 만화책도 동화책도 보자, 짹짹
아빠새, 막내놈 손잡고 만화방 들려 중국집 간다.
막내 새와 함께 하는 노을의 식탁
즐거워라 나의 꼴찌 새.
전깃줄에 새들의 봄 날 데이트가 부산하다.
차이 / 김성춘
꼬마가 한 말씀 던진다
"아빠, 인생이 괴로워"
왜?
"숙제가 너무 많아"
그래? 어떤 숙제?
"일기숙제/ 수학숙제/ 영어숙제/ 피아노숙제/ 태권도숙제…"
그래? 아빠보다 많아?
"아빠도 숙제 있어?"
그럼,
술 마실 숙제
커피 마실 숙제
낮잠 잘 숙제
팬티 입고 방 안에서 뒹굴 숙제
돈 벌어야 할 숙제…
그리고 그리고…
음, 음…… …………
어린이날 / 김성춘
세 살배기 손녀 손잡고
박물관 간다
봄 햇살도 쫄방 쫄방 따라온다
목 없는 돌부처 곁에
영산홍 꽃무더기 가리키며
"꼬 꼬 꼬…" 손녀가 소리친다
병아리처럼
"꼬 꼬 꼬…" 소리친다
아 재밌어라 봄 햇살도 손뼉 친다
나도 세 살배기 손녀가 되어
"꼬 꼬 꼬…"
함께 손뼉 친다
영산홍도 따라 웃는다
손녀 입에서 꽃향내 폴폴 난다.
희디 흰 절망. 1 / 김성춘
꽃나무야, 2월의 어여쁜 꽃나무야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세월 앞에서
아직 입 앙다문 네 몸 아름답구나
꽃아, 아직도 더 기다려야 한다
아직도 더 매운 바람 맞서
너의 몸 견디고 또 견뎌야 한다
생각해 보라, 암벽은 또 다른 새벽이 아니더냐
사막을 건너는 확실한 방법은
걷고 또 걷는 길뿐
눈부신 저 봄의 절정에서
개화하는 순간까지
꽃나무야, 2월의 어여쁜 꽃나무야.
입춘이 지났다고 하지만 아직도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고 눈보라도 날려 폭설을 이루곤 하지요. 그러나, 영하의 날씨, 폭설 속에서도 꽃나무들은 꽃망울을 준비하고 꽃향기까지 예비하고 있습니다. 이 수난의 시기를 참고 견뎌야만 활짝 핀 개화의 환희를 맞을 수 있겠지요. 그래서 시인은 <암벽은 또 다른 새벽>이라고 타이르고 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겠지요. 만약 지금 여러분이 험난한 운명과 싸우고 있다면 이 시가 주는 희망의 전언에 귀를 기울여보시기 바랍니다. <눈부신 저 봄의 절정에서/ 개화하는 순간>은 참고 견딘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영예일테니까요.
문화저널21 이건청 문학주간 munhak@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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