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꽃편지 1 / 김용택
봄이어요.
바라보는 곳마다 꽃은 피어나며 갈 데 없이 나를 가둡니다.
숨막혀요.
내 몸 깊은데까지 꽃빛이 파고들어 내 몸은 지금 떨려요.
나 혼자 견디기 힘들어요.
이러다가는 나도 몰래 나 혼자 쓸쓸히 꽃 피겠어요.
싫어요. 이런 날 나 혼자 꽃 피긴 죽어도 싫어요.
꽃 피기 전에 올 수 없다면 고개 들어 잠시 먼 산 보셔요.
꽃 피어나지요.
꽃 보며 스치는 그 많은 생각 중에서 제 생각에 머무셔요.
머무는 그곳, 그 순간에 내가 꽃 피겠어요.
꽃들이 나를 가둬, 갈 수 없어 꽃그늘 아래 앉아 그리운 편지 씁니다.
소식 주셔요.
그리운 꽃편지 2 / 김용택
꽃이 핍니다
꽃이 피면 기쁩니다
꽃이 집니다
꽃이 지면 슬픕니다
꽃이 피면
당신이 금방 올 것 같고
꽃이 지면
당신은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내 마음이 이렇게
꽃 피고 지는 것에 따라 변하는 것은
꽃 피고 지는 그 사이에
당신의 반짝이는 여러 모습이 있기 때문입니다
꽃 피고 지는
그대와 나의 멀고 먼 거리
이 한반도의 허리는
어디나 밟으면 터질
지뢰밭 길입니다
그리운 꽃편지 3 / 김용택
바람 부는 날은 저물어 강변에 갔습니다.
바람 없는 날도 저물어 강변에 갔습니다.
바람 부는 날은 풀잎처럼 길게 쓰러져 북쪽으로 전부 울고,
바람 없는 날은 풀잎처럼 길게 서서 북쪽으로 전부 울었습니다.
그 동안 우리들 사이에 강물은 얼마나 흘러가고
꽃잎은 얼마나 졌는지요.
오늘은 강에 가지 않고 마루에 서서
코피처럼 떨어진 붉은 꽃잎을 실어가는 강물을 보며
그대 있는 북쪽으로 전부 웁니다.
전부 웁니다.
그리운 꽃편지 4 / 김용택
봄이 왔습니다
찬바람이 몇 번 지나갔습니다
찬바람이 지날 때마다
겁먹은 풀들은
천지사방으로 몸을 흔들며
바람 속에 숨막혀 꽃잎을 떨구며
핏줄이 터지게 흔들리다가
바람이 지나간 후에
납작하게 누워
붉디붉은 하늘로
붉은 숨을 뿌리며 울었습니다
목이 터지게 울었습니다.
여름이 왔습니다
큰물이 몇 번 지나갔습니다
큰붉덩물이 지나갈 때마다
풀들은 흙탕물 속에서
뿌리와 꽃잎을 뜯기며
숨막혀 흔들리다가
물이 지나간 후에
납작하게 엎드려
풀들은 붉은 흙을 피처럼 토하며 울었습니다
목이 찢어져라 울었습니다.
가을이 왔습니다
큰물은 남쪽으로 흘렀고
큰바람은 북쪽으로 불었으므로
풀들은 일어나
꽃을 또 피웠습니다
아이들이 꽃잎을 따다가
가을 바람에 날리어
강물에 실어 보냈습니다
꽃잎들은 떠나가며 울었습니다
물보다 깊이깊이 울었습니다.
겨울이 오고
꽃이 없는 풀들은
자기보다 더 길고 더 멀리
북쪽으로 머리를 두고 쓰러졌습니다
그 위에 하얀 눈이 내려
이 세상을 다 덮었습니다
그 흰 눈 위에
피 묻은 발자국들이 응달진 산 속으로
수없이 숨어들었습니다
봄이 오면 살아날
진달래, 진달래꽃입니다.
그리운 꽃편지 5 / 김 용 택
밖에 찬바람이 붑니다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은
당신이 그리워
찬바람 소리 들리는
겨울산에 갑니다
겨울 찬바람 속에서도
꽃망울들은 맺혀 꽃소식 기다립니다
오셔요
꽃망울 터뜨릴 꽃바람으로 오셔요
꽃바람으로 저 푸르른 산맥을 넘어
그대가 달려오면
나도 꽃망울 터뜨리며 꽃바람으로
저 푸르른 산맥을 넘어
찬바람 속을 뚫고 달려가겠어요
밖엔 찬바람이 붑니다
이렇게 바람 불어 당신이 그리우면
당신을 찾으러
숨찬 겨울산을 몇 개 더 넘습니다
'♧ 문학의 향기 > ♣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달 / 석여공 (0) | 2011.04.13 |
|---|---|
| 꼴찌 새와 저녁 식탁 / 김성춘 (0) | 2011.04.13 |
| 꿈 꾸는 나비 - 오세영 (0) | 2011.04.13 |
| 봄일세, 창문을 열어놓게나 - 용 혜원 (0) | 2011.04.13 |
| 사월에 걸려온 전화 ...정일근 (0) | 2011.04.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