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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이외수 시인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 이외수

by kimeunjoo 2010. 5. 2.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 이외수

               

               

              울고 있느냐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해서

              우는 너의 모습을 숨길 수 있을 것 같더냐

               

              온몸으로 아프다며 울고 앉아

              두 팔로 온몸을 끌어 안았다해서

              그 슬픔이 새어 나오지 못할 것 같더냐

               

              스스로 뱉어놓고도 미안스러워

              소리내어 울지도 못 할 것을

              왜 그리 쉽게 손 놓아 버렸느냐

               

              아픈 가슴 두손으로 쥐어 잡았다해서

              그 가슴안에서 몸부림치는 통증이

              꺼져가는 불꽃마냥 사그러지더냐

               

              너의 눈에 각인시키고 그리던 사람

              너의 등뒤로 보내버렸다해서

              그사람이 너에게 보이지 않더냐

               

              정녕 네가 이별을 원하였다면

              그리 울며 살지 말아야 하거늘

              왜 가슴을 비우지 못하고

              빗장 채워진 가슴에 덧문까지 닫으려 하느냐

               

              잊으라하면 잊지도 못 할 것을

              까닭없이 고집을 부려

              스스로를 벌하고 사느냐

               

              그냥 살게 두어라

              그 좁은 방에 들어 앉았다 싫증나면

              떠나는 날이 오지 않겠느냐

               

              문득 가슴 언저리가 헛헛해

              무언가 채우고 싶어질 때

              그때는 네가 나에게 오면 되는 것이다

              갈기갈기 찢어지고

              피멍들은 가슴으로 온다해도

              내가 다 안아 줄 것이다

              내가 돌아올 것을 알기에 기다리는 것이다

               

              너는 내 것이기 때문에

              내가 다 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살아 낸 것이다

              살아 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을 감싸 안으며

              나즈막히 그대 이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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