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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이외수 시인

사랑이라는 욕망의 또다른 이름 - 이외수

by kimeunjoo 2010. 4. 18.

                                                     


 
** 사랑이라는 욕망의 또다른 이름 **

봄은 내게 살인충동을 불러일으키는 계절이다.
봄에 피어나는 세상의 모든 꽃들도 내게 살인충동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나는 살구꽃을 보면 겉잡을 수 없이 강열한 살인충동에 사로잡힌다.

지천에 햇빛이 생금가루처럼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는 봄날,
현기증이 날 정도로 만발해 있는 살구꽃.
꽃잎들은 바람이 불지 않아도 함박눈처럼 어지럽게 허공에 흩날린다.

나는 봄이 되면 자주 살구꽃잎들이 함박눈처럼 어지럽게 흩날리는 풍경 속에서
내가 살해한 시체를 간음하는 몽상에 사로잡힌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사랑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며 살아간다.
사랑이 욕망의 또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사랑은 종족보전의 본능이 성욕이라는 괴물을 거룩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치장하기 위해 조제한 일종의 최음제(催淫劑)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최음제에 속아서 알몸이 되고 최음제에 속아서 애무를 하고
최음제에 속아서 성교를 한다.

사랑은 허명이요 착각이다.
사랑이라고 이름 붙여진 일체의 행위들은
종족보전의 본능이 조장하는 번식놀이에 불과하다.

-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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