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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의 전설/♣ 꽃의 전설

비비추(Hosta longipes)

by kimeunjoo 2009. 6. 12.
 
 

(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꽃말] 신비한 사랑. 좋은소식.추억 
 
학명 : Hosta longipes
분류 : 백합과
분포지역 : 한국·일본·중국
자생지 : 산지의 냇가
크기 : 높이 30∼40cm 
 
 
잎의 모양이 옥잠화와 모양이 비슷하여 혼용하기도 하지만 다른 종의 식물이다.
옥잠화는 비비추보다 꽃이 약간 크고 흰색이며 비비추는 보라색의 꽃을 피운다.
산지의 냇가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잎은 모두 뿌리에서 돋아서 비스듬히 자란다.
잎은 달걀 모양 심장형 또는 타원형 달걀 모양이며 끝이 뾰족하고 8∼9맥이 있다.
 잎 가장자리가 밋밋하지만 다소 물결 모양이다.
꽃은 연한 자줏빛으로 7∼8월에 피고 한쪽으로 치우쳐서 총상으로 달리며 꽃줄기는 길이 30∼40cm이다.
포는 얇은 막질이고 자줏빛이 도는 흰색이며 작은꽃자루의 길이와 거의 비슷하다.
화관은 끝이 6개로 갈라져서 갈래조각이 약간 뒤로 젖혀지고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길게 꽃 밖으로 나온다.
열매는 삭과로서 비스듬히 서고 긴 타원형이다.
종자는 검은색으로서 가장자리에 날개가 있다.
연한 순을 식용하며 관상용으로 심는다.
야생종은 한국·일본·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비비추는 원예종으로 다양한 품종이 개발되어 외국에서 정원식물로 인기가 높다.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비비추(for. alba) 라고 한다.
 
 
 해바라기, 닭의장풀, 미나리아재비처럼 비비추는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꽃잎의 방향을 바꾸는 식물이다.
그윽한 향기와 백설 같은 꽃으로 유명한 옥잠화와 더불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여름의 청량함을느끼게 한다.
유럽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화초작물로 그 품종이 수백 가지에 이른다.
 
관상화로 화단에 심거나 약재로 쓰기 위해 밭에 대량으로 심어 기르는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주로 포기나누기로 번식하며, 환경을 크게 가리지않으나 다소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비비추와 비슷한종류로 꽃이 흰색이면서 잎이 훨씬 큰 옥잠화와
 비비추보다는약간 작은 좀비비추, 주걱비비추가 있다.
요즈음은 그 관상적 가치를 인정받아 가로변에 많이 심는다.
  
인삼의 약효 성분인 사포닌이 들어 있어
한방에서는 결핵이나 피부궤양 치료에 널리 쓰이고 있다.
담백한 맛 때문에 쌈이나 샐러드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ㅡ 꽃의전설 ㅡ

 

 

후두둑, 장대비가 마당을 긋고 간다.

개구리 울음 소리가 무논에 가득하더니, 이내 빗소리에 묻힌다.

빗속에 여인이 서 있다. 번개가 하늘을 찢는다. 그리고 천둥소리가 산을 흔든다.

그녀는 흐느끼기 시작한다. 이내 빗소리가 그녀의 울음 소리를 묻고, 천둥소리가 그녀의 흐느낌을 덮는다.

 

그렇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눈물을 흘려야 하고, 소리 죽여 흐느껴야 하는 여인의 이름은 설녀이다.

빗물이 설녀의 볼을 타고 내린다. 아니 눈물이다. 뜨거운 그리움이 그녀의 목덜미를 타고 내린다.

가슴을 적신다. 발끝을 적신다. 설녀의 흐느낌이 장대비로 흩뿌린다.

 

"콜록콜록, 아가야,"

축축한 기침 소리와 함께 노인의 소리가 마루를 넘어간다.

비에 홈빡 젖어가는 설녀를 일으켜세운다.

설녀는 눈물을 닦는다. 빗물을 닦는다. 댓돌에 신발을 벗는다.

 마루로 오른다. 방문을 연다. 무릎을 꿇고 다소곳이 앉는다.

"예, 아버님"
"오늘도 소식이 없지 않느냐?"
설녀는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할지 훤히 안다. 아니나 다를까?


"내 나이 아흔을 넘기니, 하루하루가 덤이다. 이젠 내 눈 감기 전에 시집을 가거라."
"제 걱정은 마시고, 아버님은 얼른 일어나세요."

설녀는 아버님의 손을 꼭 쥔다. 밖에는 장대비가 더욱 세차다.바람이 점점 거세다. 태풍이 오고 있었다.

 

"내일은 거절하지 말고, 기실 청년과 혼인 약속을 하여라."
설녀는 흔들린다. 어찌하여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단 말인가?

설녀는 늠름한 청년 기실을 보는 순간,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

그가 걸어올 때, 설녀는 새파란 하늘이 내려앉는 것처럼 놀랬다.

들키지 않으려고 돌아서다 눈빛이 마주쳤다.

빨려 들것 같아 등을 진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화단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 비스듬히 꽃대를 뽑아올린 이름 모를 꽃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처음보는 꽃이었다. 여름이 오기 까지 잎만 무성하였다.

그 녹색 잎이 여느 꽃보다 아름다웠다.

그래서 뽑지 못했는데, 꽃대를 뽑아 올려 꽃망울 달고 있었다.

 

"어쩜 너는 내 마음을 쏙 빼닮았니?"

여러 개의 꽃봉오리는 한결같이 사립문 너머 동구밖을 바라본다.

한 꺼번에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다. 아래부터 차례로 피우는 것이 아닌가?

하나가 지면 하나를 피워내는 꽃, 언제까지 피려고 하는지...

설녀는 기실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자신이 두려웠다. 기실 청년이 내일이면 찾아온다.

설녀는 정신을 차리고 6년 전을 떠올렸다.

 

'어찌하여 당신은 돌아오지 않습니까?'

오래 전 신라는 백제와의 전투에서 크게 졌다.

형제의 예를 갖춰 백제를 마음을 달래고, 고구려에 사신을 보냈다.

하지만, 고구려 장수왕은 신라의 성을 빼앗았다.

지금 변방에는 싸움이 한창이니, 병사가 크게 부족했다.

하여 남정네는 모두 전쟁터에 내몰렸다.

 

한강 유역을 차지하기 위한 고구려, 백제, 신라의 치열한 전투는 벌써 반 세기를 넘기고 있었다.

성을 뺏고 빼앗기는 전투에는 병사가 늘 부족하였다.

늙고 병든 아버지가 변방을 지키는 군인으로 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설녀는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알고, 관리를 찾아가 하소연하였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군대가기 싫어 변명을 만드는 사람이 한 둘이랴. 설녀는 늙고 병든 아버지를 차마 멀리 보낼 수가 없다.

 

깊은 시름에 잠겨 달을 쳐다보았다.

그 때, 설녀를 마음에 두고 있던 '가놈'이란 청년이 설녀를 찾아왔다. 그가 아버지 앞에 엎드려,
"불초한 몸이지만 아버님의 병역을 대신하려 합니다." 라고 간곡히 말했다.

설녀는 기뻐하였다.
아버지도 그 소식을 듣고 기뻐하였다.
설녀는 가놈이 아버지 대신 무사히 병역을 마치고 돌아오면 혼인하기로 언약했다.

 

"저 달은 기울었다 차오르지요."
"변방에도 달이 뜨면 아름다운 당신이 거기 있겠지요"

가놈은 전장으로 떠났다. 기실은 밤마다 달님을 보며

'가놈'이 무사히 병역을 마치고 돌아오기를 빌었다.

그러나 가놈은 6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못했다.

병역 갔던 다른 사람은 다 돌아왔는데, 어찌 '가놈'만이 돌아오지 못한단 말인가?

 

가놈을 보았다는 사람들은 없었다. 전장터에서 이름없이 전사하는 병사가 어디 한 두 명인가?

'가놈'이 전사했으리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설녀는 가슴이 무너졌다.

그런데, 그렇게 무너지던 가슴이 기실 청년을 보면 다시 무너지다니...

 

"아버님, 저 마당의 꽃이 피었다 질 때까지..."

설녀는 자신이 흔들릴 때마다 마당가에 꽃을 정성껏 키웠다.

꽃이 오래오래 피어 아버지의 마음을 끌고 싶었다.

열흘 붉은 꽃이 없거늘, 어찌 꽃에다 기한을 둔단 말인가?

설녀의 아버지는 눈을 감기 전에 딸을 시집 보낼 수 있으려니 기뻐했다.

"마당가에 꽃이 이번 비에 꽃잎 떨구고 다 지지 않았더냐?"
설녀 아버지는 기쁨에 넘쳐 마당을 보았다.


"아버님, 꽃이 다시 피었습니다."

설녀는 한 송이가 지면, 다시 한 송이를 떠트리는 꽃이 고마웠다.

흔드리는 마음을 꽃대에 매달고 설녀는 기다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피면 지고, 피면 지고...꽃은 여름내내 석달 동안 끊임없이 꽃을 피워냈다.

마지막 꽃봉오리가 그윽한 향을 풍기며 보라색으로 피어 났다.

 

"약속한 날이 내일이다.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해라."

설녀는 더 이상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있을 수 없다.

마당가에 선다. 퍼붓는 장대비 거세어진 바람 속에 선 설녀는 다시 흐느끼기 시작한다.

 

" 이 꽃마저 다 지기 전에 님은 어이 돌아오지 않으십니까?"

설녀는 야속해서 울다가, 전장에서 죽어간 가놈이 가엾어서 더욱 흐느낀다.

곧 날이 어둡다. 나무를 뿌리 채 뽑을 만큼 강한 바람이 설녀의 몸에 부딪힌다.

이런 날은 별도 달도 뜨지 않고, 구름 뒤에서 하염없이 눈시울을 적시운다.

그래서 밤은 더욱 사납고 무겁게 깊어간다.

사립문 저 편에서 흔들리는 검은 물체...

배 고픈 도둑 고양이처럼 느릿느릿 걸어오는 이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누구인가? 한 쪽 다리를 잃고 절뚝거리며 다가오는 사람...

순간, 설녀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였지만, 와락 껴안아 부축한다.

 

" 뉘신가요?"
절름발이가 주춤한다.
" 설.녀.입.니.다."
설녀는 목이 메인다.
"아아..."

 

가놈은 그토록 그리던 여인, 변함없이 그리운 목소리에 가슴이 미어진다.

가놈은 설녀를 와락 안는다.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비록 앞은 보지 못하지만...

 

"당신의 몸에서 은은한 향기가 납니다."
가놈은 설녀의 향기에 아찔하게 흔들리며 곧추 선다.

" 이 향기는 마지막 저기 꽃을 피운..."
" 한낱 꽃향기가 어찌 당신의 향기만 하겠습니까?"

 

가놈은 이 세상의 어떤 꽃향기보다 설녀의 몸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향기에 몸을 묻는다.

마당에 피어난 마지막 꽃송이는 은은한 꽃향기를 피워 올렸다.

잎이 무성한 꽃은 비바람 속에서도 꽂대를 꺾지 않았다.

모진 태풍 속에서도 향기를 가득 뿜어내는 꽃은

흔들리는 여심을 잡아주기 위해 하늘이 내린 꽃이었다.

그 꽃이름이 바로 '비비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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