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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어머니 / 김초혜(1~ 52) |

by kimeunjoo 2013. 11. 13.

 

 

 

 

 

어머니 / 김초혜

 

 

1.

 

한몸이었다

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2

 

우리를

살찌우던 당신의

가난한

피와 살은 삭고

부서져 허물어지고

 

한 생애 가시어

묶여 살아도

넘어지는 곳마다

따라와

자식만 위해

서러운 어머니


세상과

어울리기

힘든 날에도

 

당신의 마음으로

이 마음 씻어

고스란히 이루어냅니다.

 

 

3

 

엎어지고

두려워도

편히 잠들고 깨서

 

즐거운 새날이

되게 하시던 어머니

무덤에 볼을 대고

귀 기울이면

아직도 이별 못한

덜 삭은 뼈의 울림소리

 

당신이

잃어버린 날을

되살려내며

 

세상에서 제일로

고요한 웃음 그 웃음에

실리어 살고 있습니다.

 

 

4


겨울 가고

봄이 와도

텅 비인 한나절

거친 삼베옷에


흙덩이 베고

홀로 누운 어머니


새 살로 돋아난

무덤의 들꽃

울면 울음이 되고

웃으면 웃음이 되어 주고


언 가슴 매어 놓고

그곳에서는

봄으로 지내소서.

 

 

5

 

앉지도

눕지도 않고

한 평생

서서 지내던

어머니

 

당신 살에

머물러 있는

눈물은

흐리고 햇볕 나고

춥고 더운 것을

다스리는

해입니다

 

해를 싣고 떠나신 지

일 년 삼백 육십 일이

스무 번은 지났어도

다숩던

당신의 가슴이

아파 웁니다.

 

 

6

 

빈천도

고단하지 않은

당신의 의지는

미운 것 고운 것

삭임질하여

웃음으로 피우고

 

작은 몸뚱이

힘에 부쳐도

가녀린 허리

닳지 않는 살로

우리의

담이 되어 주고

 

인생의 무게

그날그날이

첫날처럼

무거워도

자식 앞에선

가볍게 지는 어머니

 

 

7

 

하늘과 땅은

갈라져 있어도

같이 있듯

 

저승에 계신

어머니는

자식의 가슴에서

이승을 함께 하시고

 

아플 일

아니어도

아프고

아파도

아프지 않은 마음

 

저가

어미 되어 알고

깊이 웁니다.

 

 

8

 

안 감기는 눈

감으시고

감은 체

떠난 어머니

 

골수가 흐르게

아파와도

약으로 나을 병

아니라시며

약 없이

천명(天命)으로

견디신 어머니

 

어머니 떠나신 후

생명 안에서

죽음을

죽음 안에서

생명을

풀어가며 삽니다.

 

 

9

 

뇌출혈이라는 의사의 진단

정신을 놓으신 초췌한 모습

눈이 내리는 병원의 숲

그렁 고이는 눈물

 

새벽은

아직도 혼수상태

나리꽃처럼

잠든 베드

 

세상이 뒤집히는

어지러움 속에서도

내가 아는 건

혈압, 체온, 맥박

그리고 호흡

밤이 지나도 지나도

물이 오르는

뒤늦은 효도

 

117호 병실에 가득 찬

그늘진 얼굴

흐느끼는 다리

(혈압이 얼마죠)

(120에 70입니다)

간호원의 한마디는

간사스럽게도

평정을 준다.

 

 

10

 

가시울을

껴안듯 살아도

피었다 이우르는

꽃을 보아도

조용한 그 모습

 

하얀 가리마에

홀로 새긴

슬픔이 고였대도

정녕

임종이어야 합니까

 

촛불을 켜도

비인 방

반가운 이 와도

비인 집

 

어머니

참말 말할 것이

아무것도 없단 말입니까

 

바늘쌈에

아직도

바늘은 꽂혔는데

머리를 풀어라

머리를 풀고 곡을 하란다.

 

 

11

 

꿈에

울고 난 새벽

가슴에 묻힌

어머니 무덤에

무슨 꽃이 피었던가

 

뒷산골에

부엉이 울다 가면

그 산에 가득한

어머니 얼굴

 

현(絃)이 끊기고

말았던가

하늘빛이

변했던가

 

꽃필 날

다시없을

뿌리가 뒤집힌

나무들은

생명이 병보다

더 아프단다.

 

 

12

 

어머니는 무덤에 계시면서도

농 속에도 계시고

부엌이나 장독대

시장 구석구석

어물전에도 계시어

손끝에 묻은

생활의 때를

빛내주신다

 

어둑해오는 봄날 저녁

상긋한 산나물에서도

숱한 이야기는 살아나

살이랑마다

고뇌를 짠다

 

살면서 멀어질 줄 알았던

베쪽같이 해쓱한

마지막 모습은

이승과 저승에 다리를 놓는다

 

퍼덕이는 외로움 물고

젖은 구름을 타고

떠난 어머니

살 익은 입김에

가슴 메여

뒤채이다 나면

남겨두신 정(情)에 운

꿈이었다.

 

 

13

 

홀로 삭이어

보내신 일월(日月)

마디마다 고여 오는

피멍든

그리움에

천추(天秋)의

길목에 서서

울고 계시던

어머니

 

차곡차곡 접어둔

옷 갈피 사이에

하얗게 바래진

당신의 멍에

 

임 없던 빈자리에

묻어둔 고통이

싸늘한 체온 되어

임종입니다.

 

 

14

 

무덤의 습기가

가슴을 적시었대도

어머니

아직은 눈을 감지 마셔요

 

목숨의 불꽃을

끄고 가시던 삼월

가슴에 힌 댕기 들여놓고

비 되어 오늘까지

눈물입니다

 

꽃밭처럼 필 웃음도

한숨으로 삼키시고

혼자서

작게 움츠러들던

어머니

 

다정한 그 목소리

바람 되어 들림일까

바람 부는 날에는

더욱 못 잊는

이 아픔

 

지금

어메도 아베도 다 가고

설움은 버릇이 되었어도

서로가 아파하고

사랑하는 것은

 

 

15

 

오늘은 추석입니다 어머니

뜨거운 목소리를 남긴 채

홑적삼만 입고 가신

우리 어머니

첫 애기 안고 와서

이렇게 웁니다

 

이 들녘은 다 비었습니다

인생은 한번 노래하고

꿈꾸는 것이라고

아무것에도

감동되지 않던 마음인데

풋풋한 밤 대추가

가슴을 칩니다 

 

유언 대신 두고 가신

저고리 섶에 꽂혔던

바늘에 찔려

나온 피

문득 뜨락에 와 계신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내 가슴 가에서

헤메던 그 손이

잠이 깨어도

잠이 들어도

꿈을 꾸게 합니다

 

어머니

오늘은 추석입니다.

 

 

16

 

충청북도 괴산

깊은 산골에

무슨 고요가

이리도 아프답니까

 

당신이 원하던 것

이루어내

달려와 봐도

닫혀진 무덤

열리지 않고

 

자식의 가슴에서

어머니

오늘 하루 낮이라도

행복으로

묶어 주소서.

 

 

17

 

배고파하고

추워하고

힘겨워 하는 건

불효가

아닌 줄 알았어라

 

한숨을

짓는 것도

아픈 표를

내는 것도

달고 쓴 맛을

표정에 나타내는 것도

불효인 줄 몰랐어라

 

거친 것을 먹고

굵은 베옷을 입고

고통만 더하면

불효가

끝나는 줄 았었어라

 

 

18

 

모자람도 흠도

깨달아 알 때까지

감탄도 나무람도

없던 어머니

 

잊고 싶은 것은

아픈 불효 아니고

저 입니다

 

어머니

 

흐린 소견

알려드리러

무덤에서

어머니 어머니

 

 

19

 

참는 괴로움을

즐기시는 어머니

세상에 그런 일

어찌 있으랴

 

불효가 다시는

얼씬 못하게

뿌리를 뽑아

당신을 빛내려는 날

어둠 속에서

밝아 오십시오

 

당신의 몸과 생각

자식에게 주고도

자식에게 의지하면

눈물로 흔들린다고

의지함을

버리신 어머니

 

괴로움이 없다는 말씀은

즐거움도 끝이라는 걸

이제 와

알게 되었습니다.

 

 

20

 

온갖 괴로움

그 몸에 모였어도

밀어내어 마음에

근심하는 일

없으신 어머니

 

살이 아프고

뼈가 틀어지는

세속적인 갈등을

어찌 덧없음으로

보셨습니까

 

만족할 때 없어

괴로움에 얽히다가

당신의 말씀

떠올리며

마음의 속된 이익에

부끄럽습니다.

 

 

21

 

이기는 것도

지는 것도

모두 참으시던

어머니

 

괴로운 일도

혼자서 풀고

혼자서 묶으며

수수백년의 설움으로

당신의

육신은 헐리어지고

 

평생의

구차하고 비굴한 일

없으시지 않으련만

빈 기쁨으로

작은 웃음을 짓던

어머니

 

 

22

 

긴 한숨 거두시고

가신 그날로

이십년 나날이

한숨입니다

 

웃음소리 있는

세상보다

어둠의 끝

그곳이 편안해

햇빛을 끌고

그곳으로 가시었소

 

무덤 앞에 서서

당신의 허물인

나를 울며

갈 곳 없어

돌아섭니다 .

 

 

23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모진 일은

하지 말라시던

어머니

 

자식을 사랑하되

결점을 알아

나무람 주셨고

나무람 하되

장점을 알아

대견하다

꽃피워 주시던 어머니

 

오십사 년 지탱하신

생명을

미련 없이 벗으시고

자식의 가슴에서

길게 사시는

우리 어머니.

 

 

24

 

무언 일이건

때가 있고

끝이 있는데

불효엔 끝이 없어

느껴웁니다

 

꽃필 적엔

덧나는 그리움

꿈에라도 만나지면

아프게

사무칠세라

 

어머니 가신 곳

헤어짐과 만남의

설움 없어

마음을 쉬게 하고

 

고달픔 저절로 풀리어

고요하기

하늘보다 위인 곳이건만

오고 가는 것

어렵기에

남은 삶을 무엇하리.

 

 

25

 

어머니 곁일 땐

해의 밝기가

더하였고

떠나시니

달의 밝기가

더하오

 

서리땅 밟으며

살아도

시름으로

가슴 조이지

않으셨고

 

속된 세상 괴롬

외면하며

가난하게 웃던

차마 모를

어머니 마음

어디서 다시 만나리.

 

 

26

 

떠나신 후

세상의 행복을

구하기도 싫고

얻기도 싫었습니다

 

진실의 웃음도

괴로웠고

행복함에도

슬픈 생각만

더해왔습니다

 

세속의 소망도

잿더미 되고

고통도 끝내

무상(無常)이 되고 말았습니다

 

스스로 제 뿌리를

뒤집어

비틀거리며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27

 

무슨 일이든

다하여도

다함은 없어

 

마음대로

성내고

하고 싶은 것

즐겨도

괴로움은 있기 마련

 

자신을 다스려

고요한

즐거움을 지키라는

어머니

 

자식 사랑하시듯

세상 일

거두어 잡고

한갖되이

근원을 닦으시는 어머니

 

어찌해

괴롬을 벗어나려 하지 않고

괴롬으로써 벗어나려 하십니까

 

 

28

 

태에 들어서

지금까지

서투러운 괴로운

자식 노릇이오만

어머니 있어

즐거운 집

 

눈이 멀어도

겁나지 않고

세상이 멈추어도

두렵지 않아

봄날과 같이 생에 취해

우르르 몰려오는

행복을 봅니다

 

미움도 싫음도

모르시지 않으련만

어제나 오늘이나

한날같이

사람의 도리에

순응하시는 어머니

 

 

29

 

듣고 배워도

안 배움만 못하면

배움이 욕이 되고

 

내 속 짚어

남의 속이라고

마음의 눈을

열어주던

어머니

 

작은 마음으로

삶을 지키는 일

생활로 보이며

당신을 위해서는

살지 않은 어머니

 

당신의 따뜻한 손목

다시 잡고 싶어라.

 

 

30

 

세상을 낳고

사랑을 낳아서

그 속에 자식을 낳아

기르신 당신이어라

 

당신은

고통으로

아픈 가슴 아닌

사랑으로

아픈 가슴 지녔어라

 

자식의 번민은

눈치 채이지 않게

당신의 가슴에

품어 삭였어라

 

기쁨과 슬픔을

달리해본 적이 없기에

자식 일엔

두려움 또한

없으셨어라

 

 

31

 

고향 떠난 자식

꿈꾸어 그리어도

오늘의 고통이

소망이기 바래

저무는 황혼에 서서

자식을 지키시는

어머니

 

당신의 희망이

고통 속에 묻혀버려도

맑은 그늘 속

얼굴빛

언제나 고왔어라

 

어머니

삼켜버린

고통의 무게

얼마입니까

 

불효는 저희를

주저앉혀

일어서지 못하게 해도

고달픈 눈을 감고

어머니의

꿈 속으로 갑니다.

 

 

32

 

자식을 즐기는

어머니 사랑

자식의 가슴에

물로 새겨지고

 

어머니를 그리는

자식의 사랑

어머니의 가슴에

불로 타면서

 

주고받음이 아니게

줌으로써

섞이게 한다

숨어 있으나

영원한 근원

 

어둠도 빛도

묽게 해

 

하늘과 땅을

가득 채운다.

 

 

33

 

다른 이의 몸을

아끼면

좋은

빛 속에 살고

 

내 몸을

아끼면

어둠 속에서 산다던

어머니

 

다른 이의 몸

아끼기

어려운줄

내 몸을 아끼며

알게 되었어도

 

당신의 말씀

나도 모르게

내 안에

꽃으로 핍니다.

 

 

34

 

헤어져

흐려지지 않는

얼굴 없고

멀어져

잊히지 않는

정이 없는데

 

잊는다 생각는다

구별없이

오래도록

다하지 않는 것 있어라

 

자식의 것이라면

더러움도

당신의 것이라

덮어 숨기고

 

자식을 밝히기 위해

스스로 태웠기에

달다 삼키지 않고

쓰다 뱉지 않으며

키우고 깨우는 일

마땅하다 건느셨네

 

 

35

 

낳아 기르고도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고

희생이라고

생각지 않아

더 큰 사랑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아

눈멀고

귀멀게 한 사랑

 

일 년에 하루라도

불효라 이름하여

무거운 사랑

부려 놓으소서

 

 

36

 

고운 옷보다는

덕을 쌓으라던

당신의 소박함이

뿌리를 내려

화려함은

부끄럽습니다

 

사치하면

검소해지기 어려우니

검소함 몸에 익혀

쓸데없는 꾸밈

벗으라던 말씀

지금도 들립니다

 

사람으로 쓰이지 못하면

부모에게 누가 되니

자기를 이겨내

몸과 목숨

헛되이 말라는 말씀

저를 겹으로

두룹니다.

 

 

37

 

이승과 저승을

합할 수 없어도

어머니는

이승의 반쯤으로

나를 지키고

나는

저승 가까이

어머니 곁입니다

 

살아 계시나

않으나

생각키 나름

나를 두르는

당신의 사랑은

모든 것의

근본이 되어

본성을 편케 합니다.

 

 

38

 

말 잘하는

사람보다

입이 어눌한 사람

더 믿으시고

 

지식을 알고

세상을 아는 것도

중하지만

참을 줄 아는 것이

제일이니

심성을 구부릴 줄

알라 하시고

 

내보이는 정(情)보다

간직한 정이

더 깊은 것이라고

그늘이 빛인 것도

알게 하셨네.

 

 

39

 

필경엔

어버이 될 줄

어이 알았으리

 

원하옵건데

지난 세상

있었던 일

모두 버리고

다시 자식으로

태어나기를

 

지극한

마음 있으면

언젠가는 만나지는데

비길 데 없는

괴롬

 

의지없이

제 갈길 보지 못해

허둥댑니다.

 

 

40

 

희끗희끗한

머리칼을 날리며도

불효에 묶이면

울게 됩니다

 

가면

오지 않는

사람의 목숨

모르지 않았어도

허물로 지내다가

금가버린

당신의 육신을

허물었습니다

 

어떠한 뉘우침도

고통을 멈추게 못하고

불효는

당신의 눈물입니다.

 

 

41

 

밤이면 꿈 속에

자주 오십시오

꿈 속에 오시었다

행여 발길이

돌려지지 않을까

 

오다가 가십니까

제 빛대로 살기 어려운

분분한 세상

켜켜이 쌓인 적막

달래주러 오십시오

 

눈이 내리고

비가 내리면

당신의 모습 겹쳐와

나를 지웁니다

 

웃음 속 눈물이

모여서 흐르며

자꾸 나를 지웁니다.

 

 

42

 

더울세라 추울세라

자식 걱정 어이하고

그리 바삐 떠나셨오

 

서리 내리면 얼음 어는

쉬운 이치 무에 어려워

떠나신 후 비로소

불효에 웁니다

 

하루는 그 하루를

무너지게 해도

침묵으로

주시는 말씀 저를

일어서게 합니다.

 

 

43

 

형제와 우애롭지 못하며

어찌 친구와는

사귈 수 있느냐고

먼 데 사람

가까이 하려 말고

가까운 형제와

구순하게 지내라던

말씀 그리워

 

우애 하고자 해도

그 형제 흩어져

못 미침이니 불효와

버금가는 괴롬

 

삶을 아프게 하고

한 몸에서 나뉘인 형제

 

정의 깊기로 하자면

더 무엇 있으리

 

나와 같은 너를

너와 같은 나를

어머니는 한 몸으로

사랑 하시는데

 

 

44

 

번민에 잠겨도 오직

어머니 계시기에

긴 밤도 짧게

순결한 잠을 거졌어라

 

빛나며 흐르는

당신의 눈물은

고달픈 꿈이 주어져도

영원한 생을 있게 했어라

 

사랑과 미움의

구별을 잃어

모자란 자식이

무안을 느길까

일부러 돌아 앉아

못 본 체하였어라

 

고생스럽기

더할 수 없어도

일생 속에 홀로 앉아

행복은 나누고

슬픔은 혼자 가진

어머니를

자식은 울어라.

 

 

45

 

어느 때 한 번

음식으로 정성껏

모시지도 못했고

잠자리 편안케

해드리지도 못했으며

더구나 그 뜻

따르지 못했어라

 

당신의 가슴에

있는 기운(氣運)

거슬려서는 안 되는 줄

그 기운 식은 후에

알게 되었고

 

소용없이 슬픔만 깊고

제사만 지극해도

엎드린 자식을

일으키시는

 

어머니, 어머니

 

 

46 

 

목숨이

끝나는 건 아니면서

떠나신 날부터

몸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살아서 자식에게

괴로움 주지 않으려

감정을 감추며

조심스레 사셨는데도

당신은

괴로움만 길게 합니다

 

슬퍼하고 그리는 마음

무엇을 다시

할 수 없어도

불효만

더하고 키워서

한 세상을 건넙니다.

 

 

47

 

세상의 일

욕심대로 되지 않으니

욕심을 줄이라는

말씀

 

애써 하려 해도

안 되는 것 있고

저절로 두어도

되는 일은 된다고

 

모든 허물은

제가 지어

제가 입는 것이니

그것에 매이지 말고

스스로 억제하는 힘

기르라는

당신의 뜻

따르기 어려워라.

 

 

48

 

배움은 있으나

덕이 없는 사람보다

비록 배움 없대도

덕이 있는 사람

귀히 여기셨고

 

재간이 있는 이보다

무뚝뚝해도

한결같은 이

가까이 하셨고

 

자식이 밖으로

떠돌 때는

끌어당겨

안으로 밝혀주시고

 

오랜 고통도

잠깐의 기쁨으로

흡족 하시던 어머니

온 마음 다해도

아득하여

도달할 수 없어라.

 

 

49


매를 들고 성내고

미워하는 일 뒤로 하고

우선은 가르쳤어라


가르침이 없는 사랑은

자식을 자라지

못하게 함을 알아

뜻은 받아주지 않으면서

허물은 눈감아주셨어라


남과 다투었을 땐

자식이 옳은 줄 알아도

두둔하지 않으시고

아서라 다투지 마라

 

서로 흠을

만들지 말고

되도록 유순하게

하였어라.

 

 

50

 

빛 중에

해가 으뜸이듯이

사람 중에

어머니 제일이시네

 

학문을 많이

익힌 건 아니지만

사람의 법도(法道)

잘 다루시었고

 

의학을 몰라

의술은 아니어도

자식의 병

신통으로 다스리시고

당신의 병은

깊어도

앓지 않으시고

작은 몸 어디에

그런 힘

숨어 있답니까

 

 

51


저승길이 멀다해

어머니 가실 곳이

저승인 줄 몰랐오


세월이 긴 줄 알아

몸도 마음도 잊어

무심 하였더니

 

아침에 웃으시던 모습

저녁나절 걷우시고

북망산 그 길로 누굴

만나러 홀로 가시었오

 

해를 넘겨 어둠 와도

달을 지워 날 밝아도

흙으로 다지고

떼를 입혀 막아도

들립니다

 

그 목소리

달은 져서 어두워도

하늘에 있듯

가슴에 무덤을 안고서

어허 어허이 어허 어허이

 

 

52

 

오백리 떨어진 고향이

세월이 갈수록

더 가깝습니다

 

봄에 안겨

자식을 안고

누워있는

어머니

 

스무해를 당신 앞에

무릎 꿇어 울어도

불효는 불어나기만 하고

덮힐세라

 

가슴 죄며 울고

덮은 흙무덤인데

오늘은 떼를 밟으며

긴 봄날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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