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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가을 노트 - 문정희

by kimeunjoo 2013. 11. 11.

 

 
 
 
 
      가을 노트...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겨울 일기...문정희


      나는 이 겨울을 누워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
      염주처럼 윤나게 굴리던
      독백도 끝이 나고
      바람도 불지 않아
      이 겨울 누워서 편히 지냈다.

      저 들에선 벌거벗은 나무들이
      추워 울어도
      서로 서로 기대어 숲이 되어도
      나는 무관해서

      문 한번 열지 않고
      반추동물처럼 죽음만 꺼내 씹었다.
      나는 누워서 편히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이 겨울.

       

      가을밤에 시인들은...문정희

       


      가을 밤에 시인들은
      깊은 잠을 자도 좋다.

      머리맡에
      하얀 원고지
      기도처럼 펼쳐 놓고
      깊이 잠들면

      밤새
      누군가 조용히 찾아와
      낙엽 같은
      시구 하나
      떨구어 놓고 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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