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불협화음 / 박상우
남자가 걸으면 아랫도리가 흔들리고
여자가 걸으면 윗도리가 흔들립니다
남자는 윗도리에 흔들릴 게 없어서 윗도리가 흔들리지 않고
여자는 아랫도리에 흔들릴 게 없어서 아랫도리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남자는 흔들리는 여자의 윗도리가 신기(?)하고
여자는 흔들리는 남자의 아랫도리가 신기(?)합니다
흔들릴 게 없으면 흔들리지 않는 것이 당연한데
남자는 흔들림이 없는 여자의 아랫도리를 선망합니다
여자는 자기가 흔들리는 것으로 흔들리지 않는 부분들을 채우려합니다
여자는 흔들림이 없는 곳을 흔들리는 부분으로 채우려 합니다
남자는 흔들림이 없는 곳을 흔들리는 부분으로 채우려 합니다
사랑은 흔들리지 않는 것에 의해 흔들리고
흔들리는 것에 의해 더욱 흔들립니다
흔들리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에 대한 사랑이고
흔들리지 않는 것은 흔들리는 것에 대한 사랑입니다
아이러니의 길 / 박상우
설사가 나서 노루모산을 몇 번 먹었더니
변비는 아니고
변비的 사건이 일어났다
그래서 두스파타린을 몇 번 먹었더니
설사는 아니고
설사的 사건이 일어났다
내 삶도
한 길을 뚫으면
다른 길이 막히고
다른 길을 뚫으면
새롭게 뚫린 길이 잘못 뚫린다
목욕탕에서 미끄러진 후 / 박상우
목욕을 끝내고 탈의실로 나가다가 발랑 자빠졌다
비누조각 때문이다
웃는 사람은 없었으나 약간 창피했다
빙판에서 미끄러졌을 때와는 달랐다
미끄러져도
알몸으로는 미끄러지지 말자
박상우 시인
1963년 경기도 남양주 출생
1985년 서울예대 문창과 졸업
1985년 현대시 등단
<사람구경>, <물증이 있는 삶은 행복하다><이미 망한 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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