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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인생 - 김초혜

by kimeunjoo 2012. 11. 27.

 

 

인생 / 김초혜 

 

길을 떠나기 전에

묻고 싶었으나

길을 떠난 후였고

길을 걸을 때

묻고 싶었으나

숨이 가빴습니다

지금

길이 없기에

길을 잃지 않습니다.

 

 

 

진정한 나이 / 김초혜

나이와 사이가 좋아지니까
사소한 것도 아름답다

나이를 못 따라가면
후회와 탄식이 쌓이고

너무 앞질러 가면
길잡이를 잃는다

 

 

 

그대에게 / 김초혜

 

그대여

세월은 쉽게

지나갔다

무심하게 나누었던

그대와의 웃음도

이제

그리움이 되었다

나 한번도

그대 기슭에

내리지 않았어도

오늘도 나는

그대 시간 속에 머물러 있다

 

 

 

시간을 위하여  / 김초혜

 

슬플 때는 슬픔에 잠기어

슬픔을 잊습니다

 

적막할 때는 적막에 들어

적막을 잊습니다

 

몸살의 뜨거움에 타던 생각도

잊어버리자 앓은 신열도

아득하게 빛나던 추억도

고요한 숨결 속에서

닻을 내리고 있습니다

 

삶의 긴 길에서 허리가 구부러지고

마음의 끈이 끊어져

나날이 어두워져 가도

시간은 모두가 보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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