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거리 / 조오현(霧山 무산스님)
사랑도 사랑 나름이지
정녕 사랑을 한다면
연연한 여울목에
돌다리 하나는 놓아야
그 물론 만나는 거리도
이승 저승쯤 되어야
나는 부처를 팔고 그대는 몸을 팔고
일본 임제종의 다쿠안(澤庵:1573-1645)선사는 항상 마른 나뭇가지나 차가운 바위처럼 보여
한 젊은이가 짓궂은 생각이 들어 이쁜 창녀의 나체화를 선사 앞에 내 놓으며 讚(찬)을 청하고
선사의 표정을 삐뚜름히 살피니 다쿠안 선사는 삥긋삥긋 웃으며 찬을 써내려 갔습니다.
나는 부처를 팔고
그대는 몸을 팔고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고
밤마다 물 위로 달이 지나가지만
마음은 머무르지 않고 그림자 남기지 않는도다
- 절간 이야기 25 -
讚 : 기릴 찬. 글이나 그림을 칭찬하는 글.
몰현금(沒絃琴) 한 줄 / 조오현
사내라고 다 장부아니여
장부 소리 들을라면
몸은 들지 못해도
마음 하나는
다 놓았다 다 들어 올려야
그 물론
몰현금 한 줄은
그냥 탈 줄 알아야
..
沒絃琴(몰현금) : 줄 없는 거문고
감히 몰현금을 설명할 수 없으니 참고할 만한 글이 있어 써봅니다.
陶潛, 性不解音,畜素琴一張,
絃徽不具。每朋酒之會,則撫而和之, 曰
"但識琴 中趣,何勞絃上聲"。
진나라 도잠(陶潛)은 천성적으로 음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소박한 거문고를 하나 가지고 있었다.
줄이나 기러기발(徽 기러기발 휘)을 갗추고 있지 않았다. 친구들과 술 모임을 가질 때 마다, 그것을 어루만지며 좋아하여 가로되,
"다만 거문고가 지니고 있는 취(趣)를 알면 되었지, 어찌 줄 소리를 내려 애쓰리오."
*趣취 : 멋. 풍정. 흥취. 정취.
碧巖錄(벽암록)
一吹無孔笛 구멍 없는 피리 한 번 불고
一撫沒絃琴 줄 없는 거문고 한 번 탄다
三界無法 何處求心 삼계가 법이 없으니 어디서 마음을 찾으랴.
白雲爲蓋 流泉作琴 흰 구름 덮이고, 흐르는 물 거문고 가락을 타건만,
一曲兩曲無人會 이 곡조 알아듣는 사람 없어
雨過夜塘秋水深 비 지난 어두운 뜨락에 가을 못 깊구나
*一曲兩曲 : 한 곡 두곡. 한굽이 두굽이. 가락을 말하는 듯.
* 秋水 가을의 강이나 연못의 맑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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