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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눈물 - 김용택

by kimeunjoo 2012. 8. 26.

 

 

눈물 / 김용택

 

너 없이도 가을은 오고

너 없이도 가을이 가는구나.

돌아누우면 멀리

뜨는 달

사랑은

그렁그렁한

한 방울 환한

하늘의

눈물이구나

 

- 시집 속눈썹 - 中에서

 

 

 

마른 장작 / 김용택

 

비 올랑가

비 오고 나먼 단풍은 더 고울 턴디

산은 내 맘같이 바작바작 달아오를 턴디

큰일났네

내 맘 같아서는 시방 차라리 얼릉 잎 다 져부렀으먼 꼭 좋것는디

그래야 네 맘도 내 맘도 진정될 턴디

시방 저 단풍 보고는

가만히는 못 있것는디

아, 이 맘이 시방 내 맘이 아니여!

시방 이 맘이 내 맘이 아니랑게!

거시기 뭐시냐

저 단풍나무 아래

나도 오만 가지 색으로 물들어갖고는

그리갖고는 그냥 뭐시냐 거시기 그리갖고는 그냥

확 타불고 싶당게

너를 생각하는 내 맘은 시방 짧은 가을빛에 바짝 마른 장작개비 같당게

 

 

 

 

 

김용택  "사랑이 무르익어야 나오는 시 썼죠"

 

 

9년 만에 사랑 시집 '속눈썹' 발간

 "너 없이도 가을은 오고/너 없이도 가을이 가는구나./돌아누우면 멀리/뜨는 달/사랑은/그렁그렁한/한 방울 환한/하늘의/눈물이구나."('눈물' 전문)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63)이 신작 시집 '속눈썹'(마음산책 펴냄)을 출간했다. 시인이 9년 만에 낸 연가집(戀歌集)이다.

1982년 '섬진강' 등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와 자연과 농촌을 질박한 시어로 그려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는 사랑 노래만 불렀다. 2002년 연시(戀詩)만을 담은 '연애시집'을 낸 이후 이런 류의 시집은 처음이다.

그는 1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10년 전에는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사랑의 아름다움을 썼다면 지금은 아름다움은 물론 이별과 고통까지 다뤘다"며 "10년 동안 조금씩 모은 시가 이제 책을 낼 분량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주제는 같은 사랑이지만 10년 전보다 더욱 현실적"이라며 "사랑이 무르익어야 나오는 시"라고 껄껄 웃었다.

시인은 시집에서 주체하지 못하는 사랑의 감정을 솔직하게 전했다. 거리낄 것 없고 잃을 것도 없다는 자유로운 시상의 세계다.

"날 저물면 산그늘 내려오듯/제 가슴에 서늘한 산 그림자 하나 생겨났습니다./그 그림자 나를 덮어오니/큰일입니다 (중략) 날이 갈수록 뜨거워져서/내 몸이 델 것 같은데,/인자 나는/참말로/큰일 났습니다.

('큰일' 중)
그는 "사랑 시는 절절하고 절실하고 고통스러운, 우리 삶의 핵심이지만 정작 시인들은 쓰기를 꺼리는 것 같다"며 "하지만 나는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의 정서를 전하는 게 시라면 그 정서 가운데 연애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가장 중요한 시가 사랑 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자연을 노래하는 게 장기인 시인은 아름다운 풍광 속에 사랑을 녹여내기도 한다.

"홍매 피는/선암사에 갑니다./꽃이 지는 매화나무 아래에서/당신 생각 하겠어요./하나 둘 셋 넷/지는 붉은 꽃잎이 땅에 닿기 전에/내 마음 실어/그대 곁으로/날려 보낼랍니다."('당신 생각' 중)
예순을 넘긴 시인은 사랑을 갈구하는 애절한 감정과 유머를 걸쭉하게 섞는 경지까지 나아간다.

"형, 나 지금 산벚꽃이 환장하고 미치게 피어나는 산 아래 서 있거든./

형, 그런데, 저렇게 꽃 피는 산 아래 앉아 밥 먹자고 하면 밥 먹고, 놀자고 하면 놀고, 자자고 하면 자고,/

핸드폰 꺼놓고 확 죽어버리자고 하면 같이 홀딱 벗고 죽어버릴 년/

어디 없을까."

('우화등선(羽化登仙)' 중)

사랑 노래를 했다고 해서 그동안 시인의 마음이 늘 자유롭고 편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랑 시를 쓴 때는 그에게 아픔이 가득한 시기였다.

김 시인은 "'섬진강' 등의 시를 통해 고향을 상실한 마음, 고통과 절망 등을 다뤘는데 한동안 그런 시를 쓰지 못하고 방황했다"며 "방황한 시기에 쓴 사랑 시가 이번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촌의 황폐함과 피폐한 상황을 다시 관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요즘 '섬진강' 관련 연작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1985년 '섬진강'의 후속편이 2002년 '나무'인 셈"이라며 "이후 섬진강의 변화된 이야기를 요즘 문예지에 발표하고 있다. 내년 초에 시집으로 묶어 출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시인은 내년부터 섬진강 어귀의 임실군 덕치면 시골집에서 '작은 학교'를 열 계획이다.

그는 "강연 다니는 시간을 줄이려고 지금 전주에 머물고 있는데 내년에는 주말에 임실에서 작은 학교를 운영해 볼 생각"이라며 "지금도 평소에 그 집에 많은 분이 찾아오고 있다. 내년에는 그분들과 글을 쓰고 자연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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