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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사랑의 일 초 1 - 정윤천

by kimeunjoo 2012. 8. 26.

 

 

 

사랑의 일 초 1 / 정윤천

 

 

사랑이

사랑을 만나

사랑을 완성하는 시간은 실은 일 초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러니 사랑으로 빚어진 일 초는

지나가버린 일 초도

지금의 일 초도

어디선가 오고 있을 일 초도

모두 다 같은 의미의 시간입니다

 

반드시 제 몫의 시간일 것이며

제 탓의 시간입니다

 

어디까지만 내 것의 시간이고

어디서부터는 남의 것이 될 수 없는 시간입니다

 

사랑의 일 초 동안은 머리 위에 와서 쌓이고

사랑의 일 초 동안은 손톱 밑으로 스미고

사랑의 일 초 동안은 발바닥을 간질여주기도 합니다

 

일 초들은 거의 십만 년쯤을 거슬러 옵니다

병과 죽음을 포함한 온잦 훼절의 시간들이 잠시나마

 

일 초 동안을 갈라놓거나

등을 돌리게 하여도

일 초들은 그러나 막무가내로 되돌아서곤 합니다

 

아침의 이슬방울로도

새떼의 날갯짓 소리로도 저녁의

바람에 흔들리는 들찔레 덩굴의 가시 같은 것으로도

 

 

 

사랑의 일 초 2 / 정윤천

 

사랑을 지우는데 드는 시간은

일 초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 초는

일 초 만에 다시 돌아와 제자리를 잡기도 합니다

칼로 물 베기의 일 초 입니다

일 초 동안 당신에게서 잠시 벗어나보기로 합니다

그러나 그떄부터의 일 초는

전혀 딴 세상의 일 초입니다

먹구름과 번개가 동반하는 일 초입니다

장풍을 맞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일 초입니다

당신에게로 돌아가는 일 초

사랑을 지워, 그것을 다시 회복하는 시간은

일 초 밖에 걸리지 않는 너무도 뻔한 상식의 시간입니다

 

 

시집  - 십만년의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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