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문학의 향기/♣ 영상시

처음 출근하는 이에게 - 고두현

by kimeunjoo 2012. 8. 24.
 

 

 

 

 

 

처음 출근하는 이에게 / 고두현

 


잊지 말라.

지금 네가 열고 들어온 문이

한때는 다 벽이었다는 걸.


쉽게 열리는 문은

쉽게 닫히는 법.

들어올 땐 좁지만

나갈 땐 넓은 거란다.


집도 사람도 생각의 그릇만큼

넓어지고 깊어지느니

처음 문을 열 때의 그 떨림으로

늘 네 집의 창문을 넓혀라.


그리고 창가에 앉아 바라보라.

세상의 모든 집에 창문이 있는 것은

바깥 풍경을 내다보기 보다

그 빛으로 자신을 비추기 위함이니


생각이 막힐 때마다

창가에 앉아 고요히 사색하라.

지혜와 영감은 창가에서 나온다.


어느집에 불이 켜지는지

먼 하늘의 별이 어떻게 반짝이는지

그빛이 내게로 와서

어떤 삶의 그림자를 만드는지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에 앉아 너를 돌아보라.

그리고 세상의 창문이 되어라.

창가에서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


 

 

마음의 액자 / 고두현


멀리 있는 것이 작아 보이고
가까이 있는 것이 커 보이는
원근법의 원리 이미 배웠지만
세상 안팎 두루 재보면
눈에 멀수록 더 가깝고 크게 보이는 경우도 있지요.
오늘처럼
멀리 있는 당신.

 

어느 날 문득 내게로 오는 것이
돈오돈수(頓梧頓修)의 유리 거울이라면
끊임없이 가 닿기 위해
나를 벗고 비우는 일이
원근보다 더 애달픈 사랑이라는 걸
마음의 액자 속에서
비로소 깨달은 오늘.

 

 

-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 2005

 

 

 

 

>

'♧ 문학의 향기 > ♣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 - 장석주  (0) 2012.08.26
안개꽃 - 복효근  (0) 2012.08.24
비 내리는 날 - 이해인   (0) 2012.08.22
당신이 보고 싶은 날 - 이해인  (0) 2012.08.20
다시 미친 사랑에게 - 김왕노   (0) 2012.08.1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