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신고 / 문정희
사랑은 자주 불법 위에 터를 닦고
행복은 무허가 주택이기 쉽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철거반이 오기도 전에
마치 유목인의 천막처럼
이내 빈 터만 남으니까
가끔 불법 유턴을 하여
위반과 비밀 위에 터를 닦지만
사랑을 신고할 서류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를 발명했는지도 모른다
오늘 밤 그런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은 진실로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문득 이 도시의 모든 평화가 위조 같다
어떤 사랑으로 한번
장렬하게 추락할 수 있을까
맹목의 힘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볼까
사람들이 가끔
목젖을 떨며 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정한 사랑, 진정한 고통, 진정한 희망은
어떤 서류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오늘 밤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나의 소피아 / 문정희
고향에서 사느니 향수가 더 나아?
아니야, 나는 그리움보다 당신을 택하겠어
어제와 내일에 대해 노래한 시를
사람들은 더 좋아하지만 그것도 아니야
나 오늘 소피아로 가고 싶어
나 오늘 타오르고 싶어
불나고 싶어
누군가 충고했지
불조심하라고
그건 삶이 아니라고
삶은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썩는 것이라고
그래서 나의 노래는 이토록 위험할까
새들은 왜 다른 데가 아닌 내 가슴에서만 살까
소피아가 어진지 몰라
하지만 나 오늘 소피아로 가고 싶어
어제나 내일이 아닌 오늘 가고 싶어
그리움보다 바로 당신을 갖겠어
당신을 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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