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내 외로움을 / 류근
술 처먹고 사고 치는 잉간 쌨어도 대마초 빨고 사고치는 년 봤냐? 쌔꺄, 니가 봤냐? 봤어? 술 처먹고 포장마차 앞에 세워진 일제 오토바이 한 대 냅다 걷어찬 죄로 방범한테 잡혀서 학성 2동 파출소에 끌려갔을 때 대마초보다는 술을 더 처먹은 것 같은 아가씨 하나가 의경 귀싸대기를 후려치며 외쳤다 씨발놈아, 대마초가 영어로 뭔지나 알어? 내 이름이 마리다, 마리! 졸라 무식한 것들이 대마초를 잡고 지랄이야!
술 처먹고 사고 친 나는 마누라까지 불러 합의 보는데 나보다 더 술 처먹은 것처럼 보이는 아가씨는 의경 무전기까지 뺏어 들고는 밍구 씨, 밍구씨, 내가 밍구 씨 때문에 얼마나 외로운지 알어? 나 너무 외로워서 한 대 빨았어, 와 줄 거지? 올 거지? 에로 영화 배우처럼 흐느끼기 시작했다
오토바이 발로 찬 합의금이 두 달 치 월급에 이르는 사이 밍구 씨보다 먼저 강남경찰서 봉고차가 도착했고 대마초가 니들한테 잘못한 게 뭐가 있어? 니들이 내 외로움을 알어? 이 씨발놈들아! 민주 투사 같은 자세로 아가씨 간신히 실려 가고 나자 미친년, 외롭다고 대마초 피워서 좋아질 거 같으면 난 대마초 아랫도리랑 간통이라도 하겠다. 합의서에 서명 마친 마누라가 담배 하나 빼어 물며 말했고 술 처먹고 사고 친 나도 그제서야 조금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마초를 한 대 빨면 정말로 조금 덜 외로워져서 술 안처먹고도 늠름히 버틸 수 있는 세상이 올까 싶어 순경에게 다가가 진심으로 물었다 아저씨, 대마초는 합의금이 얼마쯤 해요? 순찰 나온 달빛이 흐흥흐흥 웃는 밤이었다
생존법 / 류근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한다 가령 내 친구 청명 한의원 엄익희 원장이 약 먹는 동안 술 먹지 마세요, 하면 짬뽕 국물에 소주 마시고 대학로 마리안느가서 2차로 흑맥주 마신다 술 마실 때 옛날 애인이 제발 안주 좀 먹어가면서 마셔, 라고 말하는 순간 안주 접시가 보이지 않는 이적을 경험하고 할렐루야, 아내가 새벽 기도 가자고 하는 날부터 새벽에 귀가한다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한다 하라는 대로만 하면 여기가 인쇄소 식자공 작업장도 아니고 하라는 대로만 하면 내 인생이 내 인생인가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다 보면 나는 반짝이는 외로움과 자주 만나게 되고 길의 맨 가장자리로만 걷게 되고 그래도 먹고살기 위해 직장은 자주 바뀌고 봄에 집에서 출근했는데 갑자기 해고 통지서 받은 오후에 눈발이 흩날리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한다 하라는 대로만 하는 놈들은 오징어 꽁치 고등어 멸치 들처럼 삽시간에 한 그물에 잡혀들게 된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한번 생각해보라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는 오징어 꽁치 고등어 멸치가 대오를 이탈해 제멋대로 쏘다니는 편이 그나마 그 무지막지한 그물에 일망타진되는 수모를 조금이라도 면할 수 있지 않겠나 누가 나를 세상에 던져두고 하라는 대로만 하라고 충고 충언 충심으로 권고하는지 나는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할 때마다 지느러미가 솟아나고 하필이면 사람이 되고 싶었던 벰 베라 베로 요괴인간 삼형제가 생각나고 금방 고단해져서 텔레비전 끄고 어서 애국가 부르고 물구나무서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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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한참 장발도 헤매고 다닐 때 어떤 노랑머리 애를 만났는데 XX선교단으로 미국에서 왔다는데
(나는 원래 좋은 단어들어가는 단체를 싫어한다. 평화.민주.봉사.환경.....) 자꾸 하이를 찾는다. 하이.하이. 후에 서울서 만나면 오랜다 자기가 하이가 있다고 올때는 꼭 옆에 있는 여자애를 델꼬오라고 후에 걔네집이 용산에 있는데 무지무지 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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