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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가정 요리 - 최영미

by kimeunjoo 2012. 5. 15.

 

 

 

가정 요리 / 최영미


침묵을 쪼개지 않고
통째로 삼킬 수 있으면
사랑도 끓이지 않고 싱싱할 때,
산 채로 냉동시킬 수 있으면
그러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가끔씩 생각나면 꺼내어
접시에 요리조리 담아도 보고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텐데

심심하면 그리움의 식초를 치고
조금씩 감질나게 음미하면,
부패할 염려도 없을 텐데

쪼개고 태우고 끓이면서
세월은 가고 우리도 가고
사랑은 남을까 어쩔까

 

 

 

 

생각이 미쳐 시가 되고... / 최영미 

 

시골집 툇마루 요강에 걸터앉아 추석 앞두고 부푼 달을 쳐다보며 생각한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지금 내 모습이 닮지 않았나? 또 생각해본다 시를 써서 밥을 먹으면 좋겠다, 아니 그보다 연애를 하면, 시를 빙자해 괜찮은 남자 하나 추수할 수 있다면 파렴치하게 저 달, 저 달처럼 부풀 수 있다면...

 

항상 너무 넘치거나 모자랐지, 놋쇠바닥에 물줄기 듣는 소리가 똑 똑 시처럼 들리고 어둑어둑한게 아쉽게도 깊은 밤. 사실은 그게 더 아쉬운데도 일부러 힘을 줘 짜내지 않고 다만 로댕처럼 무릎에 팔을 괴고 생각해본다 생각이 미쳐 시가 되고 시가 미쳐 사랑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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