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술서 / 손희락
깊은 밤
빛을 발하는 희귀한 꽃 한 송이
달빛 아래 몰래 꺾어
그 향기로 불치병 치료하려다가
그 때 가시에 찔린 상처
아직 아물지 않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인생은 꽃을 사는 것 / 손희락
누군가를 위해
한 송이 꽃을 샀다가
시들어 버렸다 해도
그대여 기뻐하십시오
누군가를 위해
또 다시 꽃을 사서 기다리다가
말라 버렸다 해도
그대여 춤추십시오
살아 숨쉬는 동안
수없이 꽃을 샀으나
다 시들어버렸다 해도
서러워하거나 슬퍼하지 마십시오
인생은 그래도 꽃을 사는 것
향기로운 꽃 한 송이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미련한 바보 같이 손해 보는 삶
하늘이 주신 축복입니다
삶의 마침표를 찍는 날 / 손희락
악취를 풍기는
도심의 하수 같은 삶을 살아도
쾌락을 즐기면 된다는
모순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깊은 산 속
투명한 빛으로 흐르는
골짜기 물 같은 삶이
더 아름다울 것입니다
어디로 흐르던지
어느 시대를 살다 가던지
물 위에 떠도는 낙엽처럼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삶의 마침표를 찍는 날
순수의 나무로 짠 관속에 누워
추억의 낙엽 덮고
잠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대 눈빛을 바라볼 때마다
깊은 산 속
계곡 물에 손 담그는
행복에 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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