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당신은 첫눈 같은 이 / 김용택
처음 당신을 발견해 가던 떨림
당신을 알아 가던 환희
당신이라면 무엇이고 이해되던 무조건,
당신의 빛과 그림자 모두 내 것이 되어
가슴에 연민으로 오던 아픔,
이렇게 당신께 길들여지고
그 길들여짐을 나는 누리게 되었습니다.
나는 한사코 거부할랍니다.
당신이 내 일상이 되는 것을.
늘 새로운 부끄럼으로
늘 새로운 떨림으로 처음의 감동을
새롭히고 말 것입니다.
사랑이, 사랑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이던가요.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중에
내 사랑을 이끌어 낼 사람 어디 있을라구요.
기막힌 별을 따는 것이
어디 두 번이나 있을법한 일일라구요.
한 번으로 지쳐 혼신이 사그라질 것이 사랑이 아니던지요.
맨 처음의 떨림을 항상 새로움으로 가꾸는 것이 사랑이겠지요.
그것은 의지적인 정성이 필요할 것이지요.
사랑은 쉽게 닳아져버리기 때문입니다.
당신께 대한 정성을 늘 새롭히는 것이 나의 사랑이라고 믿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나는 내 생애에 인간이 되는 첫 관문을 뚫어주신
당신이 영원으로 가는 길까지 함께 가 주시리라 굳게 믿습니다.
당신에게 속한 모든 것이 당신처럼 귀합니다.
당신의 사랑도, 당신의 아픔도, 당신의 소망도, 당신의 고뇌도 모두 나의 것입니다.
당신보다 먼저 느끼고 싶습니다.
생애 한번뿐인 이 사랑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당신 하나로 밤이 깊어지고 해가 떴습니다.
피로와 일 속에서도 당신은 나를 놓아주지 아니하셨습니다.
기도, 명상까지도 당신은 점령군이 되어버리셨습니다.
내게, 아, 내게 첫눈 같은 당신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마음을
달빛에 실어 당신에게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이 곱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아~ 문득 문득 들려옵니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하네요
흔한 세월 / 김용택
세월이 가면
길가에 피어나는 꽃따라
나도 피어나고
바람이 불면 바람에 흔들리라요
세월이 가면
길가에 지는 꽃따라
나도 질라요
강물이 흐르고
물처럼 가버린
그 흔한 세월
내 지나온 자리
뒤 돌아 보면
구운 바람결에
꽃 피고 지는
아름다운 강길에서
많이도 살았다 많이도 살았어
바람에 흔들리며
강물이 모르게 가만히
강물에 떨어져 나는
갈라요
죄 / 김용택
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깨지겠고
무겁고 깨질 것 같은 그 독을 들고 아둥바둥 세상을 살았으니
산 죄 크다
내 독 깨뜨리지 않으려고
세상에 물 엎질러 착한 사람들 발등 적신 죄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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