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희망으로 / 이대우
작은 희망으로
하늘을 나서는
빗방울 같이
목마른 대지
좀 축여주고파
하늘을 나서는
빗방울 같이
작은 희망으로
길을 나서는
민들레 홀씨처럼
외로운 돌 틈
창공을 머금고
착한 친구로 살고파
길을 나서는
민들레 홀씨처럼
작은 희망으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로
길을 나서고 싶다
낙타의 도시락 / 이대우
꼴 보기 싫은 죄 짐 같은
낙타의 혹 두개
이걸 본 선인장이
놀리듯 물었다
-뜨거운 사막을 죄인처럼
혹을 지고 가는 낙타야,
네 도시락 어디 있니?
낙타가 말했다
-바로 등에 혹 두 개가
소중한 내 도시락이야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 이대우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희망을 속삭이는 새도
불청객의 시끄러움이라
오해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꽃도 만날 입던 옷만 입어
하나도 예쁘지 않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높고 낮음을 따지는 세상
신이 버린 고아 같아서
흘리는 눈물이 많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멀쩡하던 태양도 어두워지고
축축한 마음에 곰팡이 피고
냄새가 납니다
어느 시인과 나
삶은 꽃처럼 향기롭지 못하고
꿈은 달콤한 솜사탕처럼 안 이루어져도
새는 그럴 이유 없이 노래 부르잖아요
대가 없이 별은 밝게 빛나잖아요
창문에 등 기대는 바람이 뭐라뭐라 외치잖아요
늙은 인생을 닮은 나뭇잎 한 잎 두 잎 떨어져
차가운 대지를 덮어주고 있잖아요
무엇을 받으러 온 인생이 아니라
무엇을 주러 온 인생이라면
하찮은 안개에게라도 건네줄 말 한 마디 정도는
오래 찾지 않아도 있는 거라고
내가 좋아하는 어느 시인이 말했어요
그때 내 눈이 빛났죠
여물지 못한 바람일지라도
누구에게 꽃향기 갖다 줄 수 있음을
나는 알게 되었으니까요
거짓말이었습니다
지독한 몸살 끝에
잊어야 했습니다
잊어야 산다고 하기에
잊어야 했습니다
못 잊으면 죽는다 하기에
잊어야 했습니다
안 잊고 못 살 것 같았는데
잊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거짓말이었습니다
죽어서도 못 잊을 사람을
어찌 살아서 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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