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노벨문학상 물망, "시정신이란 다가가는 것"
헤럴드경제 | 입력 2010.10.02 13:26 | 수정 2010.10.02 15:04
올해 노벨문학상이 10여년 만에 시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수년째 수상물망에 오른 고은 시인(77)이 '2010 세계작가페스티벌(3~6일)'에서 국가와 종교, 이데올로기의 충돌로 얼룩지고 있는 지구촌의 경계허물기와 소통을 강조하며 '바다의 시 정신'을 내세웠다.
4일 단국대에서 열리는 세계작가페스티벌 포럼에서 '바다의 시 정신'으로 기조발제를 맡은 고은 시인은 "100년 전 지구에는 쉽게 갈 수 없는 먼 곳이 있고 특별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시공간이 압축돼 어디를 가든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삶을 사는 시대가 됐지만 갈등은 사라지지 않았다 "면서, 바다의 시 정신으로 너와 내가 자주 만나고 경계를 허물자는 취지의 발언을 할 예정이다.
고은 시인에게 바다는 우주적이며, 자기폐쇄에서 탈피하는 당위들을 내포하고 있다. 또 시 정신이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바다의 시 정신'이란 경계를 허물고 서로 다가감을 의미한다.
고은 시인은 특히 "우리 시대가 시 정신이 귀중한데도 불구하고 생활은 시 정신과 동떨어진 삶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여기에 본원적인 고민이 있다고 했다.
고은 시인은 한국 현대시와 바다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의미깊은 해석을 내놨다. 한국현대시의 원점은 바다이며 한국시 100년과 함께 동행해왔다는 것이다. 즉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현대시의 출현을 알린 엄청난 사건이며, 바다앞에 선 소년은 모더니스트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를 통해 청장년이 됐으며 한국시가 성장해왔다는 설명이다.
고은 시인은 3일 오후 6시 서울문화회관에서 마련된 세계작가페스티벌 전야제에서 '두고 온 시'를 낭독한다.
"그럴 수 있다면 정녕 그럴 수만 있다면/갓난아기로 돌아가/어머니의 자궁 속으로부터/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가 왜 없으리/삶은 저 혼자서/늘 다음의 파도소리를 들어야 한다.//그렇다고 가던 길 돌아서지 말아야겠지/그동안 떠돈 세월의 조각들/여기저기 빨래처럼 펄럭이누나/가난할 때는 눈물마저 모자랐다//어느 밤은/사위어가는 화툿불에 추운 등 쪼이다가/허허롭게 돌아서서 가슴 쪼였다/또 어느 밤은/그저 어둠속 온몸 다 얼어들며 덜덜덜 떨었다....수많은 내일들 오늘이 다 될때마다/나는 곧잘 뒷자리의 손님이었다/저물녘 산들은 첩첩하고/가야 할 길/온 길보다 아득하더라//두고 온 것 무엇이 있으리요만/무엇인가/두고 온 듯/머물던 자리를 어서어서 털고 일어선다/물안개 걷히는 서해안 태안반도 끄트머리쯤인가//그것이 어느 시절 울부짖었던 넋인가 시인가.('두고 온 시')
단국대 국제문예창작센터가 주최하는 '2010세계작가페스티벌'은 문학예술의 국제교류를 위해 기획한 첫 프로그램으로 7개국 11명의 저명한 국외 작가와 29명의 국내작가가 초청됐다.
폴란드 문예운동의 대가 예지 일크를 비롯,안토니오 콜리나스, 모옌, 크리스토퍼 메릴, 더글러스 메설리,고이케 마사요 등이 참석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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