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느리게 살아봐 / 장영희
수술과 암술이
어느 봄날 벌 나비를 만나
눈빛 주고받고
하늘 여행 다니는
바람과 어울려
향기롭게 사랑하면
튼실한 씨앗 품을 수 있지.
그 사랑 깨달으려면
아주 천천히 가면서
느리게 살아야 한다.
너울너울 춤추며
산 넘고 물 건너는
빛나는 민들레 홀씨
그 질긴 생명의 경이로움 알려면
꼭 그만큼 천천히 걸어야 한단다.
번쩍 하고 지나가는 관계 속에서는
다사로운 말 한 마디 나누지 못하고
사랑 한 올 나누지 못한다
쏜살같이 살면
마음의 눈으로 봐야 할 것
볼 수 없단다.
마음의 절름밭이일수록
생각이 외곬으로 기울수록
느리게 살아야 하는 의이를
가슴에 새겨야 한단다.
아이야 ,
너도 느리게 살아 봐.
『2010 한국카톨릭詩選』(카톨릭신문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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