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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스의 노래 / 이창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마음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이창동 감독. 윤정희(양미자 역)주연 영화 '시' 속에서
아네스의 노래 / 이창동 / 강진주
http://blog.paran.com/com1191/38541369
[OSEN=조경이 기자] 영화 ‘시’ 속 이창동 감독의 자작시인 <아네스의 노래>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듯하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해석은 관객의 자유이다”고 밝혔다. 최근 영화 ‘시’를 본 관객들은 '시' 마지막 엔딩을 장식한 <아네스의 노래>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올리고 있다. 이에 관해 이창동 감독이 질문을 받았다. “그 시를 보면서 관객들이 그 누군가의 죽음을 떠올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본다. 특정한 누군가의 죽음으로 한정하는 것은 그 마지막 시에서의 의미를 한정할 수도 있다고 본다. 관객에 따라서 자기가 아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떠올릴 수도 있다. 특정한 누군가의 죽음을 떠올리는 것은 관객들의 자유이다. 제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26일 오후 6시 서울 현대백화점 별관 제라드홀에서 영화 ‘시’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창동 감독은 “마지막 시는 영화 전체의 구조적으로 보면 영화의 주인공인 미자가 죽은 소녀 희진의 마음을 대신해서 쓴 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는 과정에서 힘든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를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그 시에서 보여 지는 이야기는 세상의 아름다운이란 그냥 그 아름다움 자체로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우리 삶의 고통, 더러움까지 껴안아야 탄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crystal@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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