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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산수유 꽃진 자리 - 나태주

by kimeunjoo 2010. 5. 23.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누구에겐가 말해주긴 해야 했는데 
마음놓고 말해줄 사람 없어 
산수유 꽃 옆에 와 
무심히 중얼거린 소리 
노랗게 핀 산수유 꽃이 
외워두었다가 
따사로운 햇빛한테 들려주고 
놀러온 산새에게 들려주고 
시냇물 소리한테까지 들려주어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차마 이름까진 말해줄 수 없어 
이름만 빼고 알려준 나의 말 
여름 한철 시냇물이 
줄창 외우며 흘러가더니 
이제 가을도 저물어 
시냇물이 소리도 입을 다물고 
다만 산수유 꽃 진 자리 
산수유 열매들만 
내리는 눈발 속에 
더욱 예쁘고 붉습니다. 
산수유 꽃진 자리 /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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