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을 조르는 스타킹에게 애원함
눈빛으로
목구멍이 막혀 눈빛으로
손발이 테이프로 꽁꽁 묶여 눈빛으로
말할 수 있는 건 눈 하나밖에 없어 눈빛으로
막힌 목구멍 대신 눈동자를 뚫고 나올 것 같은 비명으로
눈구덩이로 튀어나온 심장 같은 벌건 눈알로
살갗을 울퉁불퉁 뒤틀며 찢고 나올 것 같은 근육으로
숨 막힌 공기를 들이마시려고 한껏 벌어져 있는 입으로
공기 한 방울 맛보려고 입 밖으로 길게 빠져나오는 혀로
그 입에서 눈물처럼 뚝뚝 흘러나오는 침으로
빨간 루주를 칠했는데도 점점 새파래지는 입술로
방금 성폭행 당한 요도(尿道)에서 나오는 뜨거운 오줌으로
팬티와 치마와 에쿠스 시트가 다 젖는 줄도 모르는 떨림으로
목 조르는 팔뚝 속으로 스며드는 월척 같은 파닥거림으로
그 꿈틀거림으로 더욱 짜릿해져가고 있을 손맛으로
그 손맛 때문에 더욱 단단하게 조여지고 있을 모가지로
아무리 격렬하게 발버둥 쳐도 고요하기만 한 모가지로
빨간 스타킹 자국을 감싸고 있는 새하얀 모가지로
(현대시학, 2009년 7월호)
1957년 경기도 안양 출생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미당문학상 수상
시집 『태아의 잠 』『 바늘구멍 속의 폭풍』『사무원 』
『 소』『 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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