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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삶 - 옮겨 온 글

by kimeunjoo 2009. 9. 5.


                    - 삶 -

                    세상에
                    이혼을 생각해보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으랴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못 살 것 같던 날들 흘러가고
                    고민하던 사랑의 고백과
                    열정 모두 식어가고
                    일상의 반복되는 습관에 의해
                    사랑을 말하면서
                    근사해 보이는 다른 부부들 보면서
                    때로는 후회하고
                    때로는 옛사랑을 생각하면서
                    관습에 충실한 여자가 현모양처고
                    돈 많이 벌어오는 남자가
                    능력 있는 남자라고 누가 정해놓았는지

                    서로
                    그 틀에 맞춰지지 않는 상대방을
                    못 마땅해 하고
                    자신을 괴로워하면서
                    그러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귀찮고 번거롭고
                    어느새 마음도 몸도 늙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아
                    헤어지자 작정하고
                    아이들에게 누구하고 살 거냐고 물어보면
                    열 번 모두 엄마 아빠랑
                    같이 살겠다는 아이들 때문에 눈물짓고
                    비싼 옷 입고
                    주렁주렁 보석 달고 나타나는 친구
                    비싼 차와 풍광 좋은 별장 갖고
                    명함 내미는 친구

                    까마득한 날 흘러가도
                    융자받은 돈 갚기 바빠
                    내 집 마련 멀 것 같고
                    한숨 푹푹 쉬며 애고 내 팔자야
                    노래를 불러도
                    어느 날 몸살감기라도
                    호되게 앓다보면
                    빗길에 달려가 약 사오는 사람은
                    그래도 지겨운 아내,
                    지겨운 남편인 걸...
                    가난해도 좋으니
                    저 사람 옆에 살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하루를 살고 헤어져도
                    저 사람의 배필 되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시든 꽃 한 송이
                    굳은 케익 한 조각에 대한
                    추억이 있었기에..
                    첫 아이 낳던 날 함께 흘리던
                    눈물이 있었기에..
                    부모 喪 같이 치르고
                    무덤 속에서도 같이 눕자고 말하던
                    날들이 있었기에..

                    헤어짐을 꿈꾸지 않아도
                    결국 죽음에 의해
                    헤어질 수밖에 없는 날이 있을
                    것이기에..
                    어느 햇살 좋은 날
                    드문드문 돋기 시작한
                    하얀 머리카락을 바라보다
                    다가가 살며시 말하고 싶을 것 같아
                    그래도 나밖에 없노라고..
                    그래도 너밖에 없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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