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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얼레 - 박찬세

by kimeunjoo 2012. 10. 5.
 

 

 

 

얼레 / 박찬세

 

일 년에 열 번도 못 만나는

떠나보낼 땐 꼭 눈물짓는

돌아서면 꼭 눈물짓게 만드는

다섯살 어린 애인과

전화가 잦다는 이유로 다투다 끝내,

넌 끝이야!

 

소주병 목을 비튼다

소주병과 소주잔은 같은 피가 흐른다

소주잔은 술을 잘 마신다

그쯤 어김없이 날아오는, 울리는

문자메시지

 

   문자메시지029

   당신은 바람이 되려고 했으나

   나를 만나고 연이 되었다 바람

   따라 자유롭게 하늘을 누비다

   내가 줄을 감으면 곱게 내려오

   시라 우캬캬캬

   10/20 1:49 am

   아내

   016-474-****

 

우캬캬캬

소주잔은 술을 잘 마신다

 

 

 

 

연꽃잠 / 박찬세 

 

 당나라로 유학길에 오른 의상과 원효가 길을 갈 적에 원효는 이미 공주를 마음에 품고 있었는지 몰라 전전긍긍하다 의상에게 털어 놓았는지 몰라 의상이 술을 한 말 받아와서는 어이 원효 이거 묵고 이져뿌라 대장부가 큰길을 갈라카모 여식히며 마셨는지 몰라 술에 취해 그리움에 취해 쓰러져 잠들었는지 몰라 일어나니 목이 탔는지 몰라 목보다 가슴이 더 탔는지 몰라 마침 거기 해골바가지가 있어 거기 찰랑이는 공주와 잠든 의상을 번갈아 봤는지 몰라 의상을 툭툭 건드리면서 기척을 보이자 들입다 마셨는지 몰라 어리둥절한 의상을 보며 의상아 씨발 불심이 뭐 대단한기가 사랑하는 마음 그거 아이가 내 한 여자도 몬 사랑하는데 우째 만인에게 자비를 베풀끼고 내 몬간다 내 돌아갈끼다 의상은 해골바가지와 원효를 번갈아보다 징한 자슥 가삐라 꼴도 보기 실타 원효를 보내줬는지 몰라

 

 원효와 공주의 꽃잠에 바수밀다 그림자가 살포시 어렸는지 모르지 연꽃이 한가득 피었는지 모르지 향기가 천 년을 잊고 피어오르는지 모르지 모르는 얘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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