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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달 때문에 - 고증식

by kimeunjoo 2012. 10. 5.

 

 

 

달 때문에 /고증식

 

추석날 밤

고향집 마당에 앉아

오래전의 그 둥근달 보네

 

달빛 동동주 한 잔에

발갛게 물든 아내가

꿈결인 듯 풀어놓은 한마디

 

- 지금 같으면

당신이 무슨 짓을 해도

다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

 

하마터면 울컥

다 털어놓을 뻔했네

 

 

 

첫사랑 /고증식

 

너무 멀리 와버린 일이

한두 가지랴만

십오 년 넘게 살던

삼문동 주공아파트가 그렇다네

열서너 평 임대에

우리 네 식구 오글거리던,

화장실 문 앞에

세끼 밥상 차려지고

어쩌다 쟁그랑쟁그랑 싸워도

자고 일어나면

바로 코앞에서 얼굴 맞대던,

이젠 쉬 돌아갈수도 없는

거기, 마음의 집

 

 

 

누나 / 고증식

 

밤늦도록 부엌방에 불빛 일렁이더니 새벽녘 첫차 타러 나온 내 손에 가만히 물 묻은 손이 다가와 얹혔다 시댁식구들 몰래 따라 나온 구겨진 지폐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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