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때문에 /고증식
추석날 밤
고향집 마당에 앉아
오래전의 그 둥근달 보네
달빛 동동주 한 잔에
발갛게 물든 아내가
꿈결인 듯 풀어놓은 한마디
- 지금 같으면
당신이 무슨 짓을 해도
다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
하마터면 울컥
다 털어놓을 뻔했네
첫사랑 /고증식
너무 멀리 와버린 일이
한두 가지랴만
십오 년 넘게 살던
삼문동 주공아파트가 그렇다네
열서너 평 임대에
우리 네 식구 오글거리던,
화장실 문 앞에
세끼 밥상 차려지고
어쩌다 쟁그랑쟁그랑 싸워도
자고 일어나면
바로 코앞에서 얼굴 맞대던,
이젠 쉬 돌아갈수도 없는
거기, 마음의 집
누나 / 고증식
밤늦도록 부엌방에 불빛 일렁이더니 새벽녘 첫차 타러 나온 내 손에 가만히 물 묻은 손이 다가와 얹혔다 시댁식구들 몰래 따라 나온 구겨진 지폐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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