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소리 / 오세영
어제밤엔 소쩍새 앞강에서 울더니
오늘 밤엔 뜸북새 뒷논에서 우네.
누가 부르던가, 누굴 부르던가.
봄꿈은 하염없이 귀가 엷은데
베겟모에 분분이 지는오오 저 꽃잎소리
오오냐, 오오냐.
불현듯 맨발로 밖을 내달으면
봄 강물 시름없이 출렁이는데
갈대 숲 속절없이 서걱이는데
누가 부르던가, 누굴 부르던가.
베겟머리 떨어지는 소쩍새 울음,
창호지에 젖어오는 뜸북새 울음.
5월 / 오세영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부신 초록으로 두 눈 머는데
진한 향기로 숨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 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
자꾸만 손짓을 하고
울음 / 오세영
산다는 것은 스스로
울 줄을 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갓 태어나
탯줄에 목을 감고 우는 아기,
빈 나무 끝에 앉아
먼 하늘을 향해 우짖는 새,
모두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같이
울고
또 울린다.
삶의 순간은 항상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므로...
바람이 우는 것이냐, 전깃줄이 우는 것이냐.
오늘도 나는 빈 들녘에 서서
겨울바람에 울고 있는 전신주를 보았다.
그들은 절실한 것이다.
물건도 자신의 운명이 줄에 걸릴 때는
울 줄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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