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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꽃잎 소리 - 오세영

by kimeunjoo 2012. 5. 16.

         

         

         

            꽃잎 소리 / 오세영

             

            어제밤엔 소쩍새 앞강에서 울더니

            오늘 밤엔 뜸북새 뒷논에서 우네.

            누가 부르던가, 누굴 부르던가.

            봄꿈은 하염없이 귀가 엷은데

            베겟모에 분분이 지는오오 저 꽃잎소리

            오오냐, 오오냐.

            불현듯 맨발로 밖을 내달으면

            봄 강물 시름없이 출렁이는데

            갈대 숲 속절없이 서걱이는데

            누가 부르던가, 누굴 부르던가.

            베겟머리 떨어지는 소쩍새 울음,

            창호지에 젖어오는 뜸북새 울음.

             

             

             

            5월 / 오세영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부신 초록으로 두 눈 머는데
            진한 향기로 숨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 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
            자꾸만 손짓을 하고

             

             

             

            울음 / 오세영

             
            산다는 것은 스스로
            울 줄을 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갓 태어나
            탯줄에 목을 감고 우는 아기,
            빈 나무 끝에 앉아
            먼 하늘을 향해 우짖는 새,
            모두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같이
            울고
            또 울린다.

            삶의 순간은 항상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므로...
            바람이 우는 것이냐, 전깃줄이 우는 것이냐.

            오늘도 나는 빈 들녘에 서서
            겨울바람에 울고 있는 전신주를 보았다.
            그들은 절실한 것이다.
            물건도 자신의 운명이 줄에 걸릴 때는
            울 줄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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