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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직설적, 아주 직설적인 / 손한옥

by kimeunjoo 2011. 4. 22.

 

 

 

 

 

 

직설적, 아주 직설적인  / 손한옥

 

 

어머니는 시인이었다

직설적인 시인이었다

백석보다 향토적이고 정지용보다 활유적이었다

행위에 가장 적절한 언어를 장치하고 오장육부를 도려내 굵은 소금을 뿌리고 바늘로 찔렀다

 

안동손가(安東孫家) 문중에 연애결혼은 내가 처음이었으니

이 일은 벼락을 칠 일이기도 했지만

나를 키운 구할은 어머니의 욕이었다

그 아름다운 얼굴에 독설의 항아리는 어디에 숨겨뒀을까

언니는 이렇게 말한다

 

ㅡ팔 남매로 자라면서 나는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욕이다, 라고 하지만

이건 우리 마을 어귀에 서있는 당나무에 맹세코 거짓말이 아니다

 

ㅡ사당패같이 돌아다니는 년

ㅡ머리 피도 안 마른 것이 머슴아 만나는 년

ㅡ쌔가 만발이나 빠질 년

ㅡ주딩이가 열닷 발이나 나온 년

ㅡ조둥이가 염포창날 같은 년

ㅡ갈롱 부리다 얼어 죽을 년

ㅡ지 에미 잡아먹을 년

ㅡ엄발이 돋을 대로 돋은 년

ㅡ어른이 나무랄 때 한마디도 안 지고 아바리 총총하는 년

ㅡ제 어미 알기로 발가락새 때만도 안 여기는 년

ㅡ양탈비탈 둘러대고 돌아다니는 년

이런 년, 나를 두고 어머니는

ㅡ고렇게 사람 말 안 들으면 눈에 밍태 껍데기 붙이고 영남루 다리 밑에 있는 너거 엄마한테 데려다 줄거라고

ㅡ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니 닮은 딸 하나 낳으라고

축원하고 또 축원하셨다

어머니, 수년을 산문(産門) 닫고 사시다가 새삼스런 마흔에 나를 낳고

한풀이란 한풀이는 다 하셨네

 

달도 없는 그믐밤, 대숲이 으스스 흔들리던 밤, 갈가지 자갈 던지는 밤

밤똥을 눌 때마다 엄마는 한겨울에도 속옷 바람으로 따라와 앉아 있다가

닭장 앞에 데려가서 절 시키고 말 시켰다

ㅡ달구님요 달구새끼님요 닭이 밤똥 누지 사람이 밤똥 누능교

인심 좋은 달구님요 우리 아, 밤똥 가져 가이소

누가 죽여도 모를 캄캄한 밤 이런 날이 잦았지만 그때 엄마는 한마디도 욕하지 않았다

 

나는 정말 명태 껍데기를 붙인 엄마가 다리 밑에 살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 어느 날 몸살로 낮잠 자고 있을 때 내 이마를 짚으며

ㅡ우찌 하꼬, 이래 열이 펄펄 나서…맨날 지 엄마를 다리 밑에 있다 했더니 참말로 여기고 쯔쯔…

나는 다 들었지 다 듣고 말았지

참말로 좋았다 할머니 같은 우리 엄마, 펄펄 열이 나도 좋았다

 

어머니의 축원은 영험이 없었다

결국 나는 아들만 둘 낳았다

단 한 번도 나는 두 아들 앞에 직설적이지 못했다

정말로 지랄할까봐 못했고

정말로 미칠까봐 못했고

혀가 빠질까봐 못했고

남사당패가 될까봐 못했고

말대로 될까봐 못했고, 못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이 욕을 주시면서

내가 건너지 않아야 할 강을 보여주셨고

나에게 마르지 않는 눈물샘을 주셨고

어머니의 우량한 시 종자를 주셨다

 

 

 

밍심보감 / 손한옥

 

머리 피도 안 마르고 머리 소똥도 안 버꺼진 것들이

남애 만나고 사당년같이 돌아 댕기사믄

앞날이 불 보드시 뻔 한기라

우야던동 에미 말 새기 들어야지

여차 잘모때믄 니 눈까리 니 찌른 변이 생기는 거 시간 문제대이

난중에 눈까리 눈물 빼지 말고 밍심하고 또 밍심하거래이

어잉?

어이구 내가 무신 부귀영화를 누릴라꼬 끈티 저거는 개깡시리 나아가꼬

이 골빙드는고 모리겠다

그라고 여자가 남어 집에 시집가서 그 집이 잘 될라카믄 지집이 짭질어야 된데이

지집이 버지기같고 히뿌먼 사나 등꼴 뺀데이

우야던동 여물어야 된데이

한 푼이라도 쪼개쓰야 여문 땅에 물이 고이는기라

뻐떡하믄 주전부리 해싸코 열 손 재배하고 깨알궂어믄 천하에 몬신데이

입말 다 들으믄 천석꾼도 하루아침에 망하는 기라

우야던동 남어 집 가가지고

불같이 살림 일바시고 행동거지 애질가바야 어른들 한테 칭송받꼬 지에미 욕 안 맥인데이

지발지발, 적선하는 셈치고 밍심하거래이

 

50년 후 훈장평가제를 올릴 것이다

평산 申門, 울 어머니 만나.

 

 

 

섬진강 / 손한옥

 

벚꽃이 환한 그날 나는 보았는데

구례와 하동

어머니 허리를 감고 있는 치맛자락 한 폭이더라

구례가 모래를 내어주면

하동은 물을 내고

하동이 모래를 내어주면

구례는 물을 내고

굽이굽이 휘돌아치며 흘러도

이편 저편 모래알 한 알도 함부로 쓸어내지 않더라

벚꽃 수백 리, 강기슭마다 꽃잎 골고루 뿌리더라

 

 

 

가릉빈가 / 손한옥

 

어머니를 땅에 묻고 집으로 돌아오니 창 옆에 한 손으로 마지막 씻어놓고 간 신발이 있다 삭아서 더 말랑한 흰 고무신 한 켤레, 햇빛 속에서 얇은 양 날개가 팔랑거리고 있다 감자꽃이 피고 살구가 떨어지는 텃밭을 날던 어머니의 얇은 날개다 한 손으로 얼굴을 씻고 한 손으로 머리를 감고 뒤틀리는 다리를 쓸며 잠든 내 등을 흔들다가 다시 저린 다리로 돌아가던 어머니의 손들이 나팔꽃처럼 일어나 내 발목을 잡는다 뜨거운 날개다

 

- 어머니 이제 나를 밟고 날아오르세요

 

절룩거리던 어머니 다리에 깃털이 돋는다 날개가 펄럭인다 푸른 보리밭을 차고 오른다 아 어머니, 붉은 새 한 마리 노을을 물고 하늘의 문을 열고 있다

 

 

 

손한옥 시인

경남 밀양 출생

2002년 <미네르바>로 작품활동 시작

2006년 시집 <목화꽃 위에 지던 꽃> 시평시인선 11

2010년 <직설적, 아주 직설적인>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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